[심층 리포트]초고층 재건축 바람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9시 51분


◇초고층 재건축 바람

서울 여의도가 명실상부한 ‘한국의 맨해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69년 여의도 및 한강 연안 개발 계획에 따라 지어졌던 중저층 아파트와 사무용빌딩이 100m를 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잇따라 재건축 되고 있는 것. 첨단 설계와 공법으로 무장할 이 아파트들이 완공되면 여의도는 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 강남구 압구정동과 함께 누렸던 서울 최고의 주거지라는 영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이 바뀐다〓사업계획이 확정되고 시공업체 선정을 마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트럼프월드 Ⅰ,Ⅱ(대우건설) △캐슬타워(롯데건설) △캐슬스퀘어(〃) △리첸시아(금호건설) △여의도LG빌리지(LG건설) 등 모두 6곳.

이중 가장 높은 건물은 내년 3월 분양예정인 리첸시아로 149.9m로 설계돼 있어 계획대로 지어질 경우 63빌딩 다음으로 높은 건물이 된다. 또 지난해 6월과 올해 4월에 각각 분양을 끝내고 건설공사가 한창인 트럼프월드 Ⅰ과 Ⅱ도 건물 높이가 130m 안팎으로 ‘LG 트윈타워’(134.6m)에 버금간다.

이들 건물의 공통된 특징은 초고층 건물에 필수적인 첨단 공법을 도입하고 독특한 외관을 갖추게 된다는 것. LG빌리지는 집 3면에서 외부를 바라볼 수 있도록 타워형으로 지어질 예정이며, 리첸시아는 관리비 절감을 위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거대한 유리 집을 연상할 수 있도록 캐슬타워와 캐슬스퀘어의 건물 외벽을 모두 커튼 월로 뒤덮을 방침이다.

▽왜 여의도인가〓이처럼 여의도에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가 몰려드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 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고층 빌딩이 밀집한 여의도에서 초고층으로 짓지 않을 경우 일조권 확보가 어렵게 되는 등 아파트의 쾌적성이 떨어질 우려가 높기 때문에 취해진 불가피한 선택이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단지의 대부분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상업지역에 있어 법적 걸림돌이 없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두텁게 자리잡은 고급 주택 소비층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올 10월말 현재 여의도의 재산세 징수액은 영등포구 전체의 48%를 차지하는 57억4000만원으로 단일 동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서만한 덩치의 파출소와 소방서가 있고 주택은행 등 본점이 있는 은행들이 많아 여의도는 ‘동’이지만 웬만한 ‘구’급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급 주택 수요자가 선호하는 대규모 공원과 한강을 낀 생활체육시설 등 쾌적한 주거 생활 여건이 빠짐없이 갖춰진 것도 작용했다. 한번 여의도에 들어온 사람들은 좀처럼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 것도 여의도의 주거여건이 쾌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

SBS ‘스포츠와이드’ MC인 아나운서 손범규씨(32)의 경우 81년부터 이곳에서 둥지를 튼 뒤 한번도 이사하지 않은 ‘여의도 맨’이지만 “70년대 아파트 입주 때부터의 ‘터주대감’이 워낙 많아 오래 산 축에 끼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

▽참된 맨해튼이 되려면〓전문가들은 현재처럼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일대의 교통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돼 도로망 확충 등의 보완조치가 없다면 여의도가 주차장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한양대 건축학과 서현 교수는 “여의도에 들어서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관리 편의성과 입주민 사생활 보호만 앞세워 외부인의 건물 출입을 제한함으로써 대규모 빌딩이 단순한 주거시설로 전락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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