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후안 곤잘레스 딜레마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9시 47분


1992년(43개)과 1993년(48개)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1996년과 1998년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

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 연속 40홈런 이상 기록

1998년 아메리칸리그 타점왕 및 통산 100타점 이상 7차례 기록

통산 타율 0.292, 362홈런, 1142타점

이상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거포인 후안 곤잘레스의 이력을 간단하게 살펴본 것이다.

중남미 국가 푸에리토리코 출신인 후안 곤잘레스는 1986년 텍사스 레이전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뒤 지난 1989년 빅리그에 데뷔해 1999시즌까지 텍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했다.

곤잘레스는 통산 3할에 가까운 타율과 매년 4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만큼의 파워 그리고 특히 타점머신으로 불리울 정도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인 타자로 지난 10여년간 텍사스의 간판타자이자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그 명성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2000시즌 디트로이트로 이적한 곤잘레스 115경기 출장에 타율 0.289, 22홈런, 67타점만을 기록하는 초라한 성적을 남겨 그 화려했던 명성에 치명타를 남기고 말았다.

비록 곤잘레스가 2000시즌내내 부상이라는 악령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22홈런, 67타점의 기록은 곤잘레스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1991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아닐수 없다.

곤잘레스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1999시즌 종료 후였다.

1998년 157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타점왕 타이틀과 함께 타율 0.318, 45홈런을 기록하며 생애 두번째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곤잘레스는 99시즌에도 0.326의 타율과 39홈런, 128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타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당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하며 절정의 기량을 맞이한 이반 로드리게스, 곤잘레스를 제치고 팀의 4번 타자로 맹활약한 라파엘 팔메이로에게 가려 곤잘레스는 텍사스 팀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상태였다.

더구나 팀과 잘 융화되지 못하는 곤잘레스의 독단적인 성격과 2000시즌 종료후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그의 높은 몸값도 팀에게는 큰 부담으로 나타나 결국 텍사스는 곤잘레스를 트레이드하기로 결정하게된다.

새천년이 시작되기 전인 1999년 12월, 겨울 스토브리그가 시작하자마자 텍사스와 디트로이트 두 팀 사이에 초대형 트레이드가 단행된다.

텍사스는 간판타자 곤잘레스와 데니 패터슨, 그렉 자운을 디트로이트로 보내고 대신 저스틴 톰슨, 게이브 카플러, 프랭크 카탈라타노, 프랑시스코 코르데오, 빌 하슬맨, 앨랜 웹 등 6명의 선수를 받아들이는 트레이드였다.

당시 디트로이트는 새로운 구장인 코메리카 파크의 개장을 앞둔 상태여서 그들은 새로운 구장에 걸맞은 대형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 대상으로 곤잘레스를 영입한 것이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한술 더떠서 곤잘레스에게 8년간 1억 4천만불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장기계약(비록 곤잘레스가 거절했지만)을 제안해 곤잘레스 트레이드를 산뜻하게 마무리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디트로이트가 곤잘레스 트레이드로 얻은 것이라고는 언론의 따가운 비난과 상처뿐이다.

디트로이트는 곤잘레스의 초라한 1년 성적을 위해 그들의 좌완 에이스 투수인 저스틴 톰슨, 5 Tool 플레이어 게이브 카플러, 뛰어난 유틸리티맨인 프랑크 카탈라타노와 2명의 투수유망주인 프란시스코 코르데오와 앨랜 웹 등 앞으로 10년동안 팀의 미래를 책임질 5명의 유망주들을 희생하는 크나 큰 댓가를 치뤘다.

곤잘레스는 시즌동안 광활한 코메리카 파크의 우측펜스길이에 대해 번번히 불만을 터트리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고 새구장 개장과 함께 의욕적인 출발을 보인 디트로이트는 5할 승률에도 못미치는 79승만을 기록한체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현재까지도 디트로이트는 곤잘레스를 팀에 잔류시키기 위해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구장에 대한 불만과 팀내의 갈등요소 등 악조건들이 많아 곤잘레스가 계속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기는 어려워 보이고 설사 재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1-2년 정도의 단기계약일 가능성이 많다.

곤잘레스가 시즌초반 디트로이트가 제안한 장기게약을 거절한 원인은 시즌 종료 후 더 많은 몸값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곤잘레스의 이러한 판단은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해졌다.

곤잘레스는 지금 프리에이전트 조건을 획득했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매니 라미레즈의 계약처럼 그를 영입하기 위해 몇몇 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본전 생각나는 디트로이트나 라미레즈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클리블랜드 정도가 곤잘레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적극적인 영입의사를 보이고 있지도 않고 설사 계약을 한다고 해도 1억 4천만불에 해당하는 액수는 곤잘레스 혼자만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곤잘레스에게 다소 위안이 되는 점은 그의 에이전트가 이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대런 드라이포트를 통해 그의 탁월한 역량을 마음껏 과시한 보라스라는 점이다.

만약 보라스와 곤잘레스가 디트로이트의 장기계약에 동의를 했더라면 짧은 기간이었겠지만 후안 곤잘레스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의 주인공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불과 1년 사이에 끝없는 추락을 경험한 곤잘레스에게 보라스는 과연 어떤 마술을 보여줄 것인가?

김용한/ 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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