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2000년 총결산]1059→504 참담한 '반토막'

▽주가 하락폭, 사상 최대〓올해 연초 대비 지수 하락률 52.35%는 80년 이후 사상 최대. 외환 위기가 몰아닥쳤던 97년에도 지수는 653.79에서 376.31로 42.44% 떨어지는 데 그쳤다.

주가가 연초보다 오른 종목은 전체 상장종목의 17.4%에 불과한 반면 78% 이상의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 올해 기업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렸고 금리도 지난해보다 낮았는데….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이 세계적인 추세였다는 점을 우선 지적한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 폭락으로 미국 나스닥시장은 연초 대비 38% 하락했다. 유럽시장은 물론 일본 대만 홍콩 등 대부분의 증시가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공급이 감소했고 달러화 강세로 세계적인 신용 경색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에 있었다. 현대를 비롯한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와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자금시장 불안이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주가 조작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불신감만 키워줬다.

세종증권 윤재현 투자전략팀장은 ‘왜곡된 기업 지배구조’가 주가 하락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10%의 지분도 안되는 정씨 일가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던 점은 외국인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일부 벤처기업가들은 금융기관을 인수해 사금고처럼 불법 대출을 일삼았고 심지어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까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한 변칙상속 논란에 휩싸일 정도였다. 이같은 대주주의 전횡은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반토막 장세에서도 남양은 연초 1050원에서 26일 7700원으로 마감, 633.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유산업 수도약품 근화제약 등 제약주들도 연초에 비해 몇배씩 주가가 올라 상승률로 다섯손가락 안에 들었다.

이에 비해 삼보컴퓨터 데이콤 다우기술 맥슨텔레콤 한솔CSN 등 지난해 연말과 올해 연초 정보기술(IT)붐을 주도했던 기술주들은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져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다.

시가총액 부문에선 삼성전자가 한국통신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SK텔레콤이 2위, 한국통신이 3위를 차지했고 한국전력과 포항제철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연간 거래대금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주’로 자리잡았다.

외국인 투자자의 급부상이 두드러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1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여 증시가 개방된 92년 이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영향력도 월등히 커져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증시가 울고 웃는 모습을 보였다.

하루 평균 3억600여만주가 거래돼 사상 처음으로 일평균 거래량 3억주 시대를 열었으나 거래대금은 지수 하락과 함께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종합주가지수와 시가총액 변화▼(단위 : 포인트, %)

구분	2000.1.4	2000.12.26	증감(등락)	증감(등락)률
종합주가지수	1,059.04	504.62	554.42	52.4
시가총액(억원)	3,577,733	1,880,415	-1,697,318	-47.4
상장회사	725	704	-21	-2.9
상장종목수	916	902	-14	-1.5
상장주식수(만주)	1,732,580	1,962,794	230,214	13.3

▼주가상승률 상위10개사▼(단위 : 원, %)

종목	2000.1.4. 주가	2000.12.26 주가	상승률
남양	1,050	7,700	633.3
유유산업	8,800	44,200	402.3
수도약품	3,150	11,300	315.9
근화제약	5,800	20,000	244.8
조광페인트	11,400	35,950	215.4
동양강철	2,110	6,220	194.8
대한방직	10,400	29,500	183.7
크라운제과	7,220	18,000	149.3
롯데칠성음료	65,500	160,000	144.3
신풍제약	2,415	5,860	142.7

▼주가하락률 상위10개사▼(단위 : 원, %)

종목	2000.1.4	2000.12.26	하락률
삼보컴퓨터	72,250	4,120	94.3
데이콤	498,000	30,450	93.9
다우기술	40,500	2,685	93.4
맥슨텔레콤	16,100	1,260	92.2
우방	3,700	335	90.9
한솔CSN	14,700	1,340	90.9
새한	7,600	770	89.9
해동신용금고	3,560	365	89.7
엘렉스컴퓨터	31,450	3,300	89.5
콤텍시스템	16,950	1,780	89.5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