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크리스마스의 이방인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9시 06분


▼크리스마스의 이방인/캐롤 피어슨 지음 박상률 옮김/124쪽 5500원 고려원▼

미르너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막내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야, 난 네가…, 성탄절을 내 친구와 함께 지내줄 수 없을까해서….”

미르너 할머니가 자식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똑같은 말을 한 것이 벌써 다섯 번째다. “그 친구가 한 가족, 그러니까 아이들도 있고 다른 모든 것을 갖춘 가족들과 하룻밤만이라도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네가 도와줬으면 해서….”

그러나 수지도 다른 자식들처럼 머뭇머뭇 되물었다.

“낯선 할머니를요?”

“얘야, 지금 나와 함께 요양원에 있는 그 친구는 저녁을 같이 먹거나 조그만 선물을 주고 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단다. 단 한 번도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명절을 보내본 적도 없고.”

미르너 할머니는 숨을 훅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친구가 그러더구나.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가 선물을 주고 캐롤을 불러주는 사람이야 간혹 있겠지만 성탄절에 낯선 사람을 가족들 사이에 끼어줄 사람은 없을 거라고, 그건 영화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얘야, 난 아니라고 했다. 세상에는 아직도 착하고 멋진 사람들이 있고, 내 자식도 그런 사람들이라고. 나는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 너희는 나를 영접하라’는 성경 말씀대로 ‘언제나 한사람 몫을 더 준비하라’고 너희를 가르쳤다고.”

하지만 수지는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고 두 할머니는 낙심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수지가 별안간 나타나 유쾌하게 떠들어댔다.

“어머니, 놀라셨죠? 우린 몇 달 전부터 어머니를 놀래주자고 약속했어요. 그래서 가족 모두가 어머니 몰래 이 곳에 모여 갑자기, 지금처럼 갑자기 들이닥치기로 했지요. 어머니와 함께 멋진 곳에서 성탄절을 보내려고요.”

둘째 아들이 나섰다.

“물론 이젠 어머니 친구 분도 함께예요. 우린 그분의 침대도 하나 더 마련해 놓았거든요. 당연하지 않아요? 더더구나 내일이 성탄절인데….”

책장을 덮으며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 아이가 먼저 조심스레 물을지도 모른다. “엄마, 우리 앞 동 그 할머니, 지금 혼자 계실까요?” 라고.(햇살아동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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