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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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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여론따라 갈등 생길수도▼
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콘돌리자 라이스 교수는 올해 초 한 저널에서 공화당의 대외정책과 북한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위협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북한문제는 어디까지나 한국 일본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1994년 베를린 합의체제와 한미일 공조의 골격은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 대한 기존 정책의 틀은 유지된다고 해도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와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의 안보외교도 몇 가지 과제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부시팀은 미국이 그동안 너무 많은 곳에 자주 개입해 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일단 개입한 뒤에도 미군의 역할은 주로 전쟁을 수행하는 데 그쳐야지 분쟁국 내부의 평화유지나 국가건설에까지 확대돼서는 안된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고립주의는 아니지만 클린턴 정부에 비해 국제적 개입에 다소 소극적일 수 있다.
바로 이 점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문제를 푸는 핵심골격은 결국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한미일의 경제지원과 맞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경우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 자세가 북한의 경제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반세기 전 마셜플랜이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발전과 정치적 안정을 가져온 것처럼 북한문제 해결도 한미일의 적극적 개입 의지가 중요하다.
물론 한반도는 미국의 중요 국익이 걸린 특수지역이고 힘과 일방주의, 그리고 개입 자제를 중시하는 공화당 대외정책 기조의 예외일 수 있다. 그러나 양국 내부의 여론추이에 따라, 또는 부시 당선자 주변의 동아시아 관련 정책참모들의 비판적 견해에 힘이 실리면 한미간에 추진돼온 그동안의 대북정책 기조와 미묘한 편차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그런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호흡을 맞추는 것이 한국 외교의 첫 번째 과제가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양국 국내의 여론수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중요성에 대한 양국간의 공감대, 그리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미국 정계의 지지기반 등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부시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기대 수준은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 한 단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정부는 한편으로는 북한에 미사일 문제 등 안보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문제는 대증적인 군사전략 논리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경제와 체제보장 문제임을 설득하는 외교를 벌여야 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개자 역할을 하는 일이 두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또 다른 과제는 미―중 관계의 악화가능성에서 비롯된다. 부시팀은 그동안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콜린 파월 국무장관 지명자는 16일 연설에서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추진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런데 중국은 부시 정부가 대만 우호정책을 강화하고 전략미사일방어체제에 일본과 대만을 포함시켜 자신을 압박해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북-미관계 적극적 중재 필요▼
사실 그동안 대북 포용정책의 추진은 미국과 중국간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도움을 받은 바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만일 미―중관계가 대만문제나 미사일방어체제 문제로 악화돼 공감대가 약화될 경우 한반도 정책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겠다는 부시행정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에 간접적이지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또 다른 과제로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외교 과제들에 대해 미리 주도면밀하게 준비하면서 미국 행정부와 팀워크를 형성하고 한반도 탈냉전화의 민족적 과제를 추진해나가는 주도적 외교를 펴나가야 할 것이다.
윤영관(서울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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