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부상투혼 김동주등 ‘황금장갑 3총사’

  • 입력 2000년 12월 11일 23시 30분


‘그들에겐 상처보다 영광이 더 커 보였다.’

두산 김동주, 한화 송지만, 현대 박재홍.

2000시드니올림픽의 ‘드림팀’ 멤버인 이들 3명에게 11일의 ‘황금장갑’은 실로 뜻깊은 상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조국과 팀을 위해 헌신한 대가였기 때문이다.

김동주는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손가락이 부러진 상태에서도 팀을 위해 출전, 6차전에선 주사를 맞은 손가락으로 홈런을 때려낸 투혼의 타자.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그는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손가락수술을 받았다. 너무나 뛰고 싶었던 무대에 참가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김동주는 한국시리즈 중엔 덕아웃까지 찾아가 동료들을 응원했다.

그는 3루부문에서 첫 골든글러브를 안은 이날 “한국시리즈 7차전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경기장에 나서지 못해 너무 안타까웠다. 오늘의 수상으로 그 안타까움을 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재홍 역시 ‘부상 수상자’. 그는 한국시리즈를 위해 부상 사실을 숨긴 채 출전, 끝내 팀 우승을 이끌어낸 뒤 어깨수술을 받았다. 깁스를 하고 시상식장에 참석한 박재홍은 방명록에 제대로 사인조차 하기 힘든 팔로 ‘황금장갑’을 안고 활짝 웃었다.

‘촌놈’ 송지만에게 올 시즌은 ‘호사다마’의 한 해였다. 전반기 홈런을 몰아치며 ‘깜짝 스타’로 등장한 뒤 올스타 MVP까지 석권하며 ‘그의 해’를 만드는 듯했지만 예기치 못한 ‘변’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다가 연습경기에서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으로 ‘도중하차’해 버린 것.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며 어린애처럼 기뻐하던 송지만은 시드니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외야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호명된 뒤 절뚝거리는 발로 무대에 오른 송지만은 “매년 이맘때 TV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지켜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한번 서야지’ 하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 꿈이 이제 실현되니 정말 감격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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