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사랑하는 법을 배운 '왕따' 학생

  • 입력 2000년 12월 8일 19시 03분


일본에서 ‘이지메’가 사회적 이슈라는 보도를 보고 ‘저럴 수가…’ 하고 생각한 것이 엊그제 같다. 이제는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 ‘왕따’가 큰 문제란다. 평생 사랑을 베풀어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왜 증오의 표적을 만들어갈까? 왜 이해심과 따뜻한 미소는 세상에 항상 부족할까?

이 책은 가슴으로 전해지는 사랑이 복사되고 증폭돼 햇살처럼 따스한 파동을 이루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누군가 한 사람은 먼저 언 가슴을 열고 정(情)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을 받은 사람은 불씨를 키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주인공 아스카는 엄마에게서 사랑받지 못하는 열 한 살 소녀. 엄마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생일날, 마음의 고통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병에 걸리고 만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시골로 쉬러 간 아스카는 한 번도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던, 일찍 세상을 떠난 이모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모의 간병에 바빴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엄마는 듬뿍 받지 못했고, 아스카에게도 제대로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몰랐던 것.

할아버지 할머니의 격려 속에 새로운 아이로 다시 태어난 아스카는 학교에서 ‘왕따’를 몰아내고 자매결연한 장애인 특수학교의 학생들을 돌보는데 열성을 보이게 된다.

“처음으로 책을 읽고 울었어요.”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이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일본 독자들의 독후감. 올 6월 TV아사히의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골라 읽고 싶은 책’ 1위에 선정됐다.

◇이오키 가즈오 지음/홍성민 옮김/208쪽 6600원/문학세계사◇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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