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구조조정 방식 옳은가

  • 입력 2000년 12월 7일 19시 00분


연말을 앞둔 자금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견실한 기업까지 흑자도산의 위기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는 이유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서이다. 금융구조조정이 서둘러져야 하는 이유를 지금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의 2단계 금융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됐다. 7조원의 공적자금으로 6개 부실은행을 클린화하고 우량은행과 부실은행간의 짝짓기에 실패한 은행들을 내년 2월에 탄생할 한빛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량은행과 부실은행간 합병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이다. 부실은행의 간판을 내리기보다 우량은행과 합병시킨다는 것 자체가 원칙대로 말하자면 시장논리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합병의 결과가 만에 하나 은행의 대형부실화로 이어진다면 그 충격은 두고두고 우리경제에 짐이 될 것이다. 우량은행이 안아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자(減資) 등 부실은행에 대한 강제적 사전작업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관치(官治)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자율적 합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방식의 짝짓기이든 분명히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날 극렬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소매금융의 국민은행과 도매의 장기신용은행을 정부가 합병할 때 내세운 것이 시너지였지만 결과는 도매기능을 잃은 것뿐이었다.

공적자금이 퍼부어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간의 합병도 시너지는커녕 화학적 융합에 실패한 나머지 오늘날 또다시 막대한 공적자금이 소요되는 거대 부실은행으로 결론지어지지 않았는가.

은행짝짓기는 자칫 엄청난 논란과 저항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해 당사자들간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시대적 요구라면 당국은 철저하게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방식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그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와 해당 금융기관 경영진의 책임은 대단히 무겁다. 정부와 은행이 공적자금으로 국민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은 이번의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하고 완벽하게 집행함으로써 우리 은행들이 국제 경쟁력있는 금융기관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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