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외국대주주 은행합병 난색…"주가가치 떨어져"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42분


외국인 대주주들이 정부 주도의 은행합병 구상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정부가 다음주까지 은행들에 합병 구도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외국 대주주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어서 정부가 구상하는 2차 금융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짙다.

일부 외국계 대주주는 당사자와 협의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합병 구상을 흘리는 것과 관련,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연내 합병 선언을 할 것으로 보였던 하나―한미은행의 합병이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미국 칼라일그룹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칼라일아시아측은 “주주의 이익이 올라가는 합병을 해야지 정부의 의지대로 합병을 할 수는 없다”며 “하나은행 등 몇 개 은행에 대한 실사를 충분히 거친 뒤 합병 여부를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한빛은행 주도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할 생각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도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입장을 밝히지 않아 성사 여부가 미지수다.

국민은행의 대주주인 골드만삭스도 외환은행과의 합병이나 지방은행의 인수에 대해서 “주식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각각 하나은행의 대주주 알리안츠나 주택은행의 대주주 ING도 ‘주주 이해에 반하는 합병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은행구조조정을 조기 완료하기 위해 여러 안을 놓고 고민중인 것은 이해하나 외국인 대주주의 동의없이 섣불리 합병 구상을 흘리는 것은 정책 신뢰도나 성공적인 은행 합병측면에서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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