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Politics]'굿바이 백악관' 클린턴 가족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39분


《내년 1월 20일에 백악관을 비워줘야 하는 클린턴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요즘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습관처럼 “이 일을 하는 게 이번이 마지막인지도 몰라”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사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미 마지막 일반교서를 발표했고, 마지막 국빈 초대만찬을 주재했으며,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장기 해외여행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 저녁에는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뉴욕시로 가던 도중에 일부러 길을 우회해서 자유의 여신상 위를 선회했다. 대통령으로서 헬리콥터를 타고 그런 풍경을 보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클린턴-내년 1월 20일 시민으로▼

클린턴 대통령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퇴임 후의 생활에 대해 자주 농담을 던지며 자신이 대통령이던 시절을 많이 그리워할 것이라는 속생각을 큰 소리로 털어놓곤 한다.

그는 퇴임 후의 생활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대통령직을 기념하는 도서관을 짓는 일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퇴임 후에는 대통령으로서 받던 연봉 20만달러보다 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도 여전히 그에게는 할 일이 많다. 지난 일요일 클린턴 대통령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척 베리, 플라시도 도밍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안젤라 랜즈베리 등 케네디 센터에서 주는 상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리셉션을 열었다. 또 이번 주 화요일에는 마지막으로 의회 무도회에 참석했다(클린턴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상원의원의 남편으로서 이 무도회에 참석하게 될 것이다).

또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그는 수십개의 법안들을 처리해야 하고, 예산 협상에도 나서야 하며, 크리스마스를 맞아 군인들에게 전화로 축하 인사를 해야 한다.

한편 외교와 관련해서는 다음 주에 아일랜드를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어쩌면 다음달이 되기 전에 북한을 방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 달에 모세 카트자브 이스라엘 대통령 및 유럽연합(EU)의 대표단과 각각 따로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게 될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업무 목록에는 이처럼 거창한 국가적 행사 외에도 그의 퇴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들이 포함돼 있다. 대통령 연금 신청서를 작성하고, 퇴직 후 정부가 제공하게 될 사무실과 직원들에 관해 담당 부서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등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며칠 전 백악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곳에서 살았던 것은 정말 명예로운 일이었다. 지금도 나는 헬리콥터가 백악관 잔디밭에 내려앉을 때마다 내가 이곳에서 살면서 복도와 방들을 걸어다니고, 이 웅장하고 오래된 저택의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던 이 나라의 역사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곧 그가 백악관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는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갈까. 뉴욕주에 새로 구한 집? 아칸소주에 있는 장모의 집? 아니면 장기 휴가?

처음부터 그와 함께 했던 한 보좌관마저도 “우리는 그가 어디로 갈지 아직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0/12/05/politics/05BILLhtml)

▼힐러리-영부인서 상원의원으로▼

지난 화요일 힐러리 여사는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번에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선출된 11명의 동료들과 초선의원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의원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이날 의사당에는 호기심에 찬 구경꾼들이 수십명이나 몰려들었다. 힐러리 여사는 동료 의원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기자들을 피해 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또 그녀의 주위에는 언제나 비밀 경호요원들, 보좌관들, 기자들, 사진기자들, 관광객들이 몰려 있어서 장엄한 의사당 건물에서 마치 카니발이 열리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곤 했다.

이날의 오리엔테이션은 상원의원으로서 초선의원들이 앞으로 겪게 될 일들과 미국 상원의 역사 등에 관한 강연들로 이뤄졌다.

따라서 초선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정이나 사무실 배정 등의 문제는 아직 다뤄지지 않았다. 힐러리 여사와 그녀의 보좌관들은 현재 의사당 건너편 빌딩에 있는 지하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상원의 사무실은 연공서열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에 기존의 상원의원들이 좋은 방을 먼저 차지할 권리를 갖는다.

한편 상원의 상임위원회들은 힐러리 여사를 상임위원으로 끌어들일 경우 그녀의 유명세가 자신들에게 득이 될지 아니면 손해가 될지 은밀하게 저울질을 하고 있다. 힐러리 여사로 인해 상임위원회가 다루는 이슈들이 언론에서 더 많이 다뤄지게 되리라는 것은 분명히 좋은 점이지만, 다른 의원들 몫의 관심까지도 그녀에게 쏟아지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 여사는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특별취급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일단 다른 상원의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힐러리 여사와 같은 초선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데비 스테이브노는 “그녀는 자신이 대통령 부인이기 때문에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그녀가 나름대로 이 일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이 밀려난 것 같은 느낌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0/12/06/politics/06HILL.html)

▼첼시-착한 딸서 선거전략가로▼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여사는 외동딸 첼시가 보통 아이들처럼 자라기를 바란다는 뜻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 그리고 언론과 국민은 놀라울 정도로 이들 부부의 뜻을 존중해주었다. 그러나 올 가을 첼시는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어머니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그녀 자신이 부모에게 정치적으로 커다란 자산이 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아주 자연스러운 태도로 대중 앞에 나서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기자들을 위해 우아한 포즈를 취해 보이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사인을 받으려고 몰려들었다.

그러나 대중 앞에서 그토록 자연스러운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그녀가 결코 보여주지 않은 행동이 하나 있다. 말을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연설을 한 적도 없고,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도 없다. 심지어는 시드니 올림픽 때 한 기자가 시드니의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에도 첼시는 그저 미소만 지어 보였을 뿐이다.

아홉 살의 나이에 백악관 식구가 되어서 잔인할 정도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에이미 카터의 경우와 달리 첼시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조심스러웠다. 힐러리 여사의 공보담당 비서관이었던 닐 래티모어에 따르면 기자들은 첼시와의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마치 잘못을 사과하는 사람처럼 쭈뼛거리는 태도를 보이곤 했다.

그러나 첼시가 성인이 된 지금은 그녀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조금은 이상하게 보인다. 사실 첼시는 최근 소아과 의사가 되겠다는 원래의 꿈 대신 정치 쪽으로 더 관심이 쏠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첼시가 공적인 자리에서 말을 자제하는 것은 어찌 보면 아버지가 낯뜨거운 일들을 벌였는데도 반항 한번 하지 않은 착한 딸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이 때문에 첼시가 대통령의 딸이 아니라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의 딸이 되었을 때, 좀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공적인 자리에서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203mag―talbot.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