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of the week]백스트리트 보이스

  • 입력 2000년 12월 7일 09시 45분


◇ 얼굴이 아닌 "다른 것"으로 승부한다.

언제부턴가 새 앨범이 발매될 때, 그 관심의 초점은 발매 당일, 혹은 발매 첫 주동안 얼마나 많은 앨범이 판매되는가에 있는 듯하다. 때로 이는 새 앨범이 보여줄 음악적 변화에 대한 관심을 압도할 정도. 11월 말 발매된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의 네 번째 앨범 [Black & Blue]도 이에 해당된다. 전작 [Millennium]이 발매 첫 주 110만 장이라는 초유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기 때문에 차기작이 더욱 부담감을 안게 되는 것.

그러나 그 부담감은 단지 [Millennium]이 발매 첫 주 가장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거나 전세계적으로 몇 천만 장을 판매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작 그 이유는 레이블메이트 엔 싱크('N Sync) 탓. 그들은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이뤄낸 초유의 기록을 가볍게 압승, [No Strings Attached]는 발매 첫 주 240만 장이라는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에미넴(Eminem)과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가 또 다시 백스트리트 보이스를 앞질렀지만, 그 무엇보다도 엔 싱크의 압승이 이들에게 가장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을 듯. 뉴 키즈 온 더 블럭(New Kids On The Block) 이후, '새로운 보이 밴드의 시대'를 연 첫 주자는 단연 백스트리트 보이스였기 때문이다. 엔 싱크에게 넘긴 왕좌를 되찾을 최적의 기회는 [Black & Blue].

그러나 하위 도로우(Howie Dorough)는 "지난 해 우리는 특별한 기록을 이뤄냈다. 그러나 당연히 기록은 깨지기 마련. 이는 우리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팬들이 그 음악을 사랑해 주면 우리는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디어의 관심은 예의 새 앨범의 앨범 판매고에 집중된 상태. 11월 29일(미국 기준) 현재, 발매 일주일이 된 [Black & Blue]의 판매량은 160만 장 정도. 결국 엔 싱크의 기록 도전에는 실패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반 판매량과 무관하게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이번 앨범에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그들의 성숙이다. 브라이언 리트렐(Brian Littrell)의 말을 빌자면, 이제 무언가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는 앨범 커버에서도 드러나는 부분. 의례적으로 앨범 커버 전체를 가득 메우는 소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브라이언은 "또 규정화된 사진을 앞세워 우리의 정체성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얼터너티브 그룹과 록 그룹들도 정면에 사진을 담는다. 그래서 우리는 좀 다른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들의 얼굴 없는 자리를 채우는 것은 '블랙과 블루'.

그러나 이는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두 가지 색을 지닌 또 다른 여백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보다 여유로운 태도로 음악을 선보이려는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태도와 같다. 이는 또한 첫 싱글 'Shape Of My Heart'의 뮤직 비디오에서도 마찬가지. 우주적이며 사이버틱한 'Larger Than Life'와 무게를 잔뜩 잡거나 똑같은 안무를 맞춘 'I Want It That Way', 이 두 뮤직 비디오와 달리 'Shape Of My Heart'는 마치 사전 각본이 없었던 듯 자연스러운 모습을 블루/블랙톤으로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의 백스트리트 보이스는, 13살의 막내와 20살의 맏형으로 구성된 '보이스'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그들의 변화가 음악적인 변화로 연결되는가에 있다. [Black & Blue]는 앨범 커버처럼 단명한 색채를 지닌다. 보다 깊이 살펴보면 라틴풍의 사운드, 보다 R&B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보컬,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업템포의 댄스곡 등 다양한 곡이 담겨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Black & Blue]는 앨범 커버만큼이나 명확한 사운드를 띤다. 그것은 예전의 백스트리트 보이스 사운드, 그 위에 몇 가지 양념이 배어 있을 뿐이다. 앨범 커버에서 감춰진 이들의 얼굴은 속을 들춰보면 성숙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변함없이 틴 아이돌 팝 사운드를 기본으로 한다. 예전의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사운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친숙한 앨범인 것. 그러나 [Black & Blue]가 이들의 네 번째 앨범이라는 점에서 보다 과감한 변화를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은 여전히 백스트리트 보이스만이 지닌 유려한 멜로디와 보컬 하모니를 지니고 있으며, 업템포의 곡에서 흥겨운 비트를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혹은 다른 보이 밴드들에 비해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부각되는 부분은 R&B풍의 성숙한 보컬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Black & Blue]에서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좀더 성숙한 모습을 느낀다면 이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엔 싱크와 같은 주류의 업템포 댄스 넘버보다는, 이러한 보컬을 제대로 살린 발라드 트랙에 보다 중점을 둔 인상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첫 싱글로 커트된 'Shape Of My Heart'는 미디움 템포의 곡이지만,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자연스러운 보컬은 발라드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는 앨범 전반부보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짙어진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발라드 트랙에 많은 비율을 할애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상을 짙은 것은 이 앨범에 참여한 베이비페이스(Babyface)의 압도적인 이름 때문이기도. [Black & Blue]는 전작 [Millennium]에서 함께 한 - 최근 하이틴 팝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더 이상 모를 수 없는 - 스웨덴 출신의 프로듀서 맥스 마틴(Max Martin)과 그 외 유명 프로듀서들이 참여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이름이 바로 베이비페이스. 그는 백스트리트 보이스에게 'Time'을 프로듀싱, 직접 이들과 함께 노래까지 했다. 베이비페이스의 향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이 곡에서 백스트리트 보이스는 중화된 R&B 보컬을 매력적으로 들려준다.

[Black & Blue]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이들 프로듀서들이 백스트리트 보이스를 적극적으로 곡 작업에 참여토록 한 것. [Millennium]에서 브라이언과 케빈이 몇몇 곡작업에 참여했던 것을 확대, 이번 앨범에서는 모든 멤버가 일곱 개의 작곡에 참여했다. 그 중 'Time'과 'The Answer To Our Life'는 멤버 모두가 작곡한 것. 그리고 'Yes I Will'은 에이 제이 맥린(A. J. McLean), 'It's True'는 케빈 리차드슨(Kevin Richardson), 'How Did I Fall in Love With You'는 하위 도로우(Howie Dorough)가 작곡에 참여하는 등, 앨범 곳곳에서 이들의 이름이 보인다.

이러한 노력이 백스트리트 보이스에게 짧은 생명력을 생리로 하는 보이 밴드라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여전히 백스트리트 보이스는 가장 대표적인 보이 밴드라는 무게감을 지닌 그룹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들이 향후 2,3년간 혹은 그 이상 활동을 하게 된다면 차기작에서는 틴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를 완연히 벗어 던진 음악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조은미 jamogue@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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