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최천식 "홀가분하게 떠납니다"

  • 입력 2000년 12월 5일 18시 51분


17년간 슈퍼리그라는 ‘선산’을 꿋꿋하게 지켜온 ‘소나무’ 최천식(35·대한항공)도 흐르는 세월에는 어쩔 수 없나보다.

84년 슈퍼리그 원년대회부터 지난 대회까지 ‘불사조’로 불리며 코트를 누비던 최천식. 그러나 24일 개막되는 올 슈퍼리그부터는 코트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현재 제주도에서 팀 합숙훈련을 하고 있는 최천식은 5일 “고질적인 허리통증과 체력저하로 더 이상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올 슈퍼리그에서는 코치 역할에만 전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한장석감독도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최천식을 이번 대회에도 플레잉코치로 뛰게 하고 싶었지만 본인의 의사가 확고해 은퇴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천식의 은퇴 결심에는 올해 박선출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최천식이 통증을 잊기 위해 허리에 복대까지 차고 경기에 나섰던 것은 선수생활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도 있었지만 센터 부족이라는 팀 내 사정도 있었기 때문.

그러나 올해는 이영택 서승문에 박선출까지 가세해 센터난이 해소됨으로써 은퇴를 가로막던 최대의 장애물이 없어졌다.

11년간 대표팀에서 센터와 라이트공격수로 활약했던 최천식은 1m97의 키와 준수한 외모로 ‘코트의 귀공자’로 불리며 87년부터 3년간 슈퍼리그 인기선수상을 독점했으며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는 한국선수단 기수로 나서기도 했다. 99년 슈퍼리그에서는 3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블로킹 1위를 차지하며 팀이 처음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천식은 “슈퍼리그 준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선수로서 슈퍼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지만 선수시절 익힌 경험과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못다한 우승의 꿈을 코치로서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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