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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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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회의를 마치고 서둘러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전산센터로 갔다. 이곳에서 오전 9시에 샌포드 웰 씨티은행회장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면담이 끝나자 모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 전경련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한 외신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지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다. 답변에 몰두하느라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이다.
비서관이 시계를 자꾸 들여다보며 ‘국회에 갈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허겁지겁 오후에 열리는 국회 재경위에 나갔다.
진장관의 일정표를 훑어보면 이런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각종 강연이나 행사 참석도 많다. 특히 방송 출연이 잦다. 재경부장관 취임 후 100일이 된 지난달 중순까지 방송에 나간 횟수만도 20번이나 된다.
진장관의 ‘활발한 대외행보’에 대한 재경부 공무원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60세라는 나이에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며 높이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반면 “과천청사에서 장관 얼굴 보기가 너무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장관이 정책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못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 사태가 혼미를 거듭할 때 진장관은 “명색이 경제팀 수장이 전체 경제를 찬찬히 살펴볼 시간이 없이 대우나 현대문제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이 한심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경제팀 수장’으로서 우리 경제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충실히 설명하려는 진장관의 ‘본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경제부처를 대표하는 재경부장관이 지나치게 외부일정에 쫓긴 나머지 자칫 본연의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권순활
권순활<경제부>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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