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민족자본의 외세자본에 대한 한판 승리(?)"

  • 입력 2000년 12월 1일 16시 03분


민족자본의 시원한 한판 승리(?)였다.

2000년 마지막달의 첫날 증시는 미국증시의 폭락 영향으로 장중 내내 약세를 지속하다 개인과 기관의 활발한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의 음봉에 비해 크기가 2배 넘는 커다란 양봉을 그리며 힘좋게 장을 마감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위로 더 치고 올라갈 것 같은 기세였다.

특히 이날 증시는 외국인의 강력한 매도공세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외국인들이 처분한 주식은 거래소에서 2845억원 어치, 코스닥시장에서 88억원어치에 달했다. 외국인들이 거래소시장에서 3000억원에 육박하는 매물을 쏟아내기는 3674억원 어치를 쏟아냈던 지난 9월14일 이후 2개월반만이다. 이때 종합주가지수는 전날에 비해 하락했었다.

주식을 처분한 외세자본의 선봉에는 청산을 선언한 코리아아시아펀드가 서있었다. 이 펀드는 이날 HSBC 창구 등을 통해 지수 영향력이 큰 우량 대형주를 대거 처분했다. 코리아아시아펀드의 정확한 매도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대략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이날 외국인들의 총 매도규모 2845억원의 35%에 해당한다.

이같은 강도 높은 외세의 매도공세를 기관과 개인이 육탄방어했다.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69억원 어치 소폭의 매도우위를 기록했으나 거래소에서는 2524억원 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

개미들은 거래소에서 392억원, 코스닥에서 185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입,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저항했다.

기관과 개인이 주식매수에 나선 것은 국민연금의 주식매수 선언이 시장 분위기를 고무시킨 것이 컸다. 국민연금의 주식매수는 정부의 '지수 500선 방어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고 있다.

기관과 개인의 활발한 매수세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전날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의 폭락이라는 대형 악재를 무릅쓰고 오히려 전날보다 5.23포인트 오른 514.46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0.55포인트 오른 67.81에 장을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장세에 의미를 두고 있다.

대신증권의 나민호 투자정보 팀장은 "현지수대가 바닥권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550선까지 별무리없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전망의 배경으로 이른바 '학습효과'를 들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지수가 장중 500선이 붕괴된 뒤 종가에서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이날을 포함 모두 4차례. 앞서 장중 500선이 무너졌었던 지난달 13일, 18일, 31일 이후에는 모두 40포인트 대의 비교적 높은 반등을 기록했다. 전일(11월30일)의 경우 장중 500선이 붕괴됐으나 종가 자체는 전전일에 비해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었다.

나 팀장은 앞선 3차례의 학습효과 등으로 종합지수는 현지수대보다 35포인트가 높은 550선까지는 오르는 데는 별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예정된 것이지만 기관의 개입이 본격화된 점과 주변의 악재가 해소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날 미국의 나스닥선물이 장중 내내 1.5∼2% 대의 급등세를 유지하는 것은 나스닥지수의 상승반전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미국증시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 점도 악재해소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12원∼1215원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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