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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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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회불안을 조성하는 유언비어 유포 행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노사분규 조장, 금융정책 비난, 정치 불안 조성 행위 등을 연말까지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악의적 유언비어는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특히 최근 익명성을 이용한 이른바 ‘사이버 테러’ 행위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에 경찰이 내놓은 유언비어 단속 방침은 아무리 바르게 보려 해도 그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부의 금융정책 비난과 정치불안 조성 행위 등을 단속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이번 조치가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경찰에 묻고 싶다. 무엇이 정치불안 조성이며 비난과 비판, 유언비어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정책 비난과 정치불안 조성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있는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둘러싼 여러 가지 뒷말과 잇따른 금융사고의 파장을 의식해 유언비어 단속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닌가.
사실 유언비어는 민주적인 사회통합기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일시적 병리현상이다. 명시적인 처벌법규도 없다. 형법상의 명예훼손죄가 있지만 이는 구성요건이 아주 까다롭다.
심각한 것은 경찰의 ‘과잉 대응’이 정부와 여당의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여권은 그동안 줄곧 시중에 떠다니는 얘기는 모두 뜬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왜 그런 말이 나돌고 있는지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지 못한 게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경제불안만 해도 그렇다. 금융감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잇따라 대형 금융사고가 생겼고 지금도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언비어 단속에 앞서 금융감독원부터 수술해야 한다. 그리고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누구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명쾌하게 이뤄져야 한다. 유언비어는 투명하지 못한 곳에서, 음습한 곳에서 생겨난다.
이제 여권은 사회조정능력을 회복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각계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그러면 유언비어는 저절로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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