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伊 '교통올림픽' ITS대회 꿈의 첨단차량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47분


2005년 11월 어느날 아침. 회사원 김진필씨(36)는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차를 몰았다. 엊저녁 야근으로 인해 3시간 밖에 못잤지만 회의 때문에 일찍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인공위성과 연계된 차량항법장치(네비게이터)에서 출근길 상황을 확인했다. 시내는 교통체증이 심했지만 우회 고속도로를 거쳐가는 출근길은 소통이 잘 돼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피곤한 탓에 혹시 졸음운전을 할까 싶어 ACC(Adaptive Cruise Control·감응식 순항제어시스템)와 LDWS(Lane Departure Warning System·차선이탈 방지 경고시스템)를 작동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시속 100㎞로 운전 중 깜박 졸다가 차선을 넘을 뻔 했지만 LDWS가 경보를 울려줘 다행히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같은 상황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제7회 ITS(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지능형 교통체계) 세계대회는 이같은 기술들이 곧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ITS 대회는 교통 안전과 소통을 위한 각종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행사. 우리나라에서도 98년 이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꿈에서 현실로(From Vision To Reality)’. 그동안 축적돼온 기술이 이제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도요다, 닛산, 혼다 등 자동차 메이커와 소니, 미쓰비시 등 전자업체 들이 각각 전시 부스를 설치하고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다.

안전과 지능을 겸비한 21세기 차량은 다음과 같은 설비를 갖출 것으로 전망됐다. 우선 ACC로 불리는 안전장치. 차량 앞 범퍼에 레이다 장치를 설치해 앞차와의 거리를 레이다로 감지, 속도에 따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 현재 속도에서 2초 이내에 앞차량과 충돌할 상황이 되면 경보음을 울리거나 핸들에 진동을 줘 운전자들이 알아차리게 한다. 속도 역시 자동적으로 줄어들어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만약 운전자가 이를 무시하고 가속기를 밟아도 가속기 페달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LDWS는 차 정면에 두 개의 카메라를 달아 현재 달리고 있는 차선을 파악한 뒤 만약 운전자가 졸음 운전 등으로 이탈하려고 하면 즉시 경보음이 울리도록 한 장치.

ACC와 LDWS가 달려있다면 도로를 달릴 때 운전자는 핸들만 잡고 있어도 안전상 별 문제가 없는 셈.

또 하나는 사각(死角)지대(Blind Spot)에 대한 안전장치. 운전자가 뒷거울이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차량 뒤쪽의 사각지대에 다른 자동차가 있는지 여부를 감지하는 것이다. 즉 사각에서 자동차가 달려올 때 차선 변경을 시도하면 자동적으로 경보음이 울려 진입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차량 회전시 헤드라이트가 회전방향과 함께 돌아가거나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야간 주행시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것 등 다양한 기술들이 선보였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에 300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ACC 시스템을 부착하는 옵션을 걸 계획이다.

교통개발연구원 문영준 박사는 “자동차 안전시스템은 내년부터 상용화하는 데 이어 5∼10년 안에는 상당수 차량에 기본옵션으로 부착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수천억원대를 웃돌 ITS 시장에 우리 자동차와 전자 업계도 하루빨리 과감한 투자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리노(이탈리아)〓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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