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남북 영화 교류, 합작 및 영화제 초청에 관한 전망

  • 입력 2000년 11월 26일 20시 03분


남한 영화인들의 첫 단체방북을 계기로 남북영화교류가 발아조짐을 보임에 따라 향후 추이에 영화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남한영화인들이 지난 11-18일 방북기간에 북측 영화계 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북측 영화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만큼 남북영화교류의 실현시기와 윤곽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0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북영화제가 열리기는 했지만 남북영화인들이 제3국이 아닌 평양에서 공식 회동한 것은 전례없는 일인데다 남한영화계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방북했다는 점에서 영화인들의 방북소회를 종합해보면 대강의 교류가능성 등을 점쳐볼 수 있을 것 같다.

◆기술교류 = 북측 영화현장의 기술설비가 남측보다 열악하다는데 방북단은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남측 영화인들은 촬영장비 지원 등을 신중히검토해 나갈 뜻을 밝혔다.

이용관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은 "촬영기자재 등 기술설비가 훨씬 열악해 보였다"며 "남한 영화계가 사용하지 않는 장비를 지원하면 북측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통일을 전제로 북측 영화현장의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부위원장의 구상이다.

이에 따라 영화계는 남북영화인들이 앞으로 중국 베이징 등에서 회동할 경우 기술교류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남북영화인들이 영화진흥위원회 종합촬영소와 북측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간의 기술책임자 상호초청에 합의한 상태이기도 해 더욱 그렇다.

그 과정에서 남북영화학술 토론회 개최 등의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국제영화제 북참가 = 당초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7편의 북한 영화를 초청, 상영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해왔으나 무산된 바 있다.

방북 영화인들은 이번 방북기간에 북영화의 부산영화제 상영이 무산된 배경을 북측관계자로부터 설명들었다. 북측이 이들 영화판권을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에 넘긴 데다 필름을 프린트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돼 힘들었다는 설명이었다고 김동호 부산영화제집행위원장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런 사정을 전해듣고 북측에 앞으로 영화판권을 남한에 직접 팔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면서 "빠르면 내년 부산영화제에 북한 영화인들은 몰라도 북영화는 초청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합작 및 주문생산 = 극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 영화의 합작은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방북단이 북한 아동영화촬영소를 둘러보는 과정에서 북측 인사들과 심청전 등 고전물 합작제작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전언이다.

나아가 영화에 관심이 많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애니메이션 합작제작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적극 검토해보라는 지시까지 내렸다는 사실을 북측인사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방북단은 말했다.

또한 89년 북한을 방문, 고(故) 김일성(金日成) 주석과 면담하기도 한 통일운동가 문익환(文益煥) 목사(94년 타계)의 일대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북측이 `대단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문목사의 3남 성근(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씨는 전했다.

◆극영화 합작 = 극영화의 남북합작제작이 성사되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방북단의 한결같은 견해다.

영화제작 방식과 시스템이 크게 달라 합작 영화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남북한의 체제와 지향하는 세계가 너무 다르다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임권택 감독은 이와 관련, "우리측이 합작을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나 실제 가서 현장을 둘러보니 어려운 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전제한 뒤 "우리측 영화촬영방식은 `동시 녹음'인데 반해 북측은 `후시 녹음'이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그런 만큼 `후시 녹음'방식으로 연기하던 북측 배우가 서울에 와서`동시 녹음'으로 촬영에 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따라서 합작이 현실화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이명조 기자]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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