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어! 모나리자가 고릴라 아줌마?"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9시 01분


세계적인 명화 ‘모나리자’(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에 부드러운 미소의 모나리자는 온 데 간 데 없고, 왠 할머니 고릴라가 야릇하게 웃고 있다. ‘이삭줍기’(밀레 작)에서 아줌마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으스스한 고릴라 아줌마들이 넉살 좋게 이삭을 줍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 책을 열면 이렇게 예기치 못한 그림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그 예상 밖의 사태가 오히려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모나리자’ ‘이삭줍기’ ‘비너스의 탄생’(보티첼리 작)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쇠라 작) 등 명화 16점을 패러디한 그림동화집.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용.

주인공은 침팬지 윌리. 그림 보기 좋아하는 윌리는 어느날 여러 명화를 감상하게 된다. 그리곤 그 그림들을 그대로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짖궂은 윌리는 그림을 그리면서 한바탕 장난을 친다. 그림 속의 원래 등장인물을 바꾸고 자신도 거기에 등장시켜 완전히 다른 그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주인공만 바꾼 것이 아니라 다른 그림을 집어 넣기까지 한다.

저자는 이처럼 새롭게 창조한 그림들을 통해 흥미롭게 명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 세계는 즐겁고 유쾌하다. 윌리의 기발하고 장난기 가득한 행동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림 속에 감춰진 또다른 명화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숨은그림 찾기만 열심히 해도 세계 명화를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책 뒤엔 원래 명화를 실어놓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림만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니라, 이야기도 들어 있다. 주인공 윌리와 예쁜 여자 친구인 침팬지 밀리, 악당 벌렁코 등. 이들은 16편의 그림 속에 등장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악당 벌렁코의 공격을 두려워 하는 윌리, 벌렁코에게 여자친구 밀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윌리, 밀리 앞에서 당당하게 벌렁코를 물리쳐 밀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하는 윌리…. 아이들의 심리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풀어나간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패러디한 그림을 통해 재미있게 세계 명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독특한 책이다.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장미란 옮김/24쪽/7500원/웅진닷컴▽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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