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김진배/온전히 지켜야 할 장태산 휴양림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2분


대전 도심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장태산휴양림은 호수와 깊은 계곡, 잘 가꿔진 산림으로 유명하다. ‘대전 8경’의 하나로 지정된 이 휴양림은 나무를 좋아하는 고집스러운 한 독림가가 지난 30년 동안 가꿔온 국내 최초의 사유(私有) 휴양림으로 연간 30여만명이 찾고 있다. 삼림욕장 야영장 숲속의 집 청소년자연학습원 도예원과 각종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휴양림이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79세의 독림가가 휴양림 조성과 운영을 위해 진 빚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바람에 결국 휴양림을 경매처분해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독림가는 “30년 동안 애써 가꾼 산과 나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게 돼 가슴이 아프지만 휴양림으로서의 기능이 유지된다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의 뜻대로 될까. 모르긴 해도 기업이든 개인이든 휴양림을 인수하면 순수하게 숲과 나무를 가꾸기보다는 새로운 수익을 내기 위해 나무도 베어내고 어느 정도의 산림도 파헤치게 될 것이다.

최근 장태산휴양림의 이런 처지가 언론에 보도되자 휴양림을 살려야 한다는 시민들의 글이 대전시청 인터넷홈페이지에 쇄도하고 있다. 이 글들은 산림이 보건 휴양적 기능과 공익적 특성을 갖고 있어 국민복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휴양림 이용객이 급격히 늘고 있어 산림휴양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조선시대에도 산택사(山澤司)를 두어 숲을 관리하고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곧 경국지대도(經國至大道)’라는 말이 나온 것도 숲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장태산휴양림의 사업 주체가 바뀌어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진다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자연은 침묵할 뿐 말이 없다. 언제나 넉넉한 사랑으로 인간을 어루만져 주고 감싸주는 자연 앞에 더 이상 오만과 자만심을 버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시민 사회단체 관계당국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숲이 우리의 관심 안에 있을 때 쾌적한 도시가 보장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김진배(장태산휴양림 자연학습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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