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충북 진천 천룡CC/"부킹전쟁? 여긴 없어요"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8시 44분


‘9언더파 63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결코 부럽지 않을 놀라운 스코어다.

내 평생에 전무후무할 베스트스코어를 기록한 그 날의 라운딩을 잊을수 없다.

96년 10월 천룡CC. 당시 몸담고 있던 직장 상사들과 함께 라운딩을 했고 동반자들의 실력이 워낙 출중한 것으로 알려져 무척 긴장됐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면 뭔가 이루는 것일까. 그날 ‘노보기’에 버디 9개를 잡으며 63타를 기록했다. 당시 나의 구력은 8년,핸디는 6이었다.

그날의 짜릿한 흥분으로 이후 애착을 갖고 자주 찾은 덕분인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천룡CC 클럽챔피언을 2연패했다.

충북 진천의 천룡CC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부킹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부킹대란’이라는 말은 천룡CC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부킹걱정이 없는 것보다 더 완벽한 회원관리가 어디있겠는가.

게다가 천룡CC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니고 있다.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음성에 들어서면 새벽 안개가 자욱해 천룡CC를 처음 찾는 골퍼들을 불안케한다. 하지만 골프장에 도착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안개는 사라진다.

청룡, 흑룡, 황룡코스 등 모두 27홀로 구성된 천룡CC는 코스마다 다른 성격으로 골퍼들에게 항상 새로운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게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청룡 7번홀(파3). ‘아일랜드홀’로 우선 거리가 213야드로 만만치 않은데다 대형 연못 건너 그린사이에 여유 공간이 전혀 없고 그린의 난이도 또한 높아 자주 찾는 회원들도 항상 부담스러워하는 홀이다.

하지만 티샷전에 연못 위를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들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석양 노을이 수면위에 반사되어 그린을 신비롭게 감싸안을 때 어느덧 긴장감은 사라지고 자연과 호흡하는 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무아지경에 빠져들곤 한다.

청룡 7번홀에선 연못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티샷을 날리는 것이 우선이다. 모든 것은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천룡CC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계절별로 선보이는 정성어린 요리들이다.

클럽하우스에서 웬만한 호텔 특별요리를 빰치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나면 그 날의 나쁜 스코어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게 된다.

‘생거 진천 사후 용인’이라는 옛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평생 골프라운딩을 천룡CC에서만 하고 싶다.

김현철(챔피온상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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