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바이벌]"단순한 쇼 아냐?" 행사취지 벗어나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09분


“처음에 생각했던 게 이것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왜’ 하고 있는건지 회의가 들 때도 있구요.” (생존게임 참가자 A)

드림라인 등이 주최하는 ‘5000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www.5000choice.com) 행사가 후반에 접어들면서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단순한 ‘쇼’가 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 정말 ‘생존’하는지를 보는 것도, 특정한 가설을 검증하는 것도,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 것도 아니고…. ‘진정한 한국인을 네티즌의 투표로 찾는다’는 취지 자체가 애매모호하니까요.” (생존게임 참가자 B)

생존마을 사람들은 2개월간의 생활이 별 의미없는 ‘볼거리’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뚜렷한 방향성 없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문제점이 조금씩 드러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행사를 처음부터 지켜본 한 네티즌은 “2개월이라는 긴 기간동안 네티즌들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점점 무리한 이벤트와 벌칙을 만드는 것 아니냐”며 “행사의 알맹이보다 거액의 상금 등 센세이셔널 한 측면만 자꾸 부풀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이 참가자를 비방하는 말이나 근거없는 소문을 올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정한 참가자에 대해 ‘안티’그룹을 형성해 계속 비난의 글을 올린 네티즌들도 있었다. 생존마을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밖에 나와 네티즌이 나에 대해 올려놓은 글들을 읽어보고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 탈락자는 “신문에 뒷말 오르내리는 연예인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사랑이 꽃피는 마을’ 병원(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신경정신과의사인 표진인박사는 “평범하던 사람들이 있지도 않은 여자관계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고는 충격을 받거나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게시판에는 ‘유언비어와 비난성 글을 서로 자제하자’는 자성의 목소리 등 행사를 건전하게 이끌어 가려는 네티즌의 움직임도 있다. 즉각적이고 가볍게 반응하는 온라인 여론의 문제점도 드러나지만 네티즌들이 자율적으로 온라인 여론을 의미있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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