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센터들의 수난시대

  • 입력 2000년 11월 17일 20시 06분


유잉 '저 유니폼 입었을 땐  잘나갔는데…'
유잉 '저 유니폼 입었을 땐 잘나갔는데…'
'센터들은 어디간 거야?'

농구에서 키가 크다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다.

농구가 수직운동에 가까운 탓에 키가 큰 선수들은 남보다 가까운거리에서 림을 향해 슈팅을 하고 리바운드를 잡아낸다.

팀내에서 가장 큰 선수들이 맡는 것이 보통인 센터들은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 할 수 있다.

하지만 2000-2001시즌 북미프로농구(NBA)에서 득점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센터를 찾아보기 어렵다.

17일 현재 득점랭킹 10위안에 있는 센터는 LA레이커스의 샤킬 오닐 딱 한명 뿐이다.

평균 29.3 득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테판 마버리를 비롯한 가드가 4명,빈스 카터등의 포워드가 나머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범위를 50위권까지 넓혀봐도 센터를 찾기 어렵긴 마찬가지.정통 센터보다는 파워 포워드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팀 던컨만이 28위에 이름을 올려 놓으며 겨우 체면 치레를 하고 있다.

NBA가 공식출범한 46∼47시즌부터 센터들은 오랜동안 득점왕 타이틀을 독식해 왔다.

59-60시즌 부터 6연속 득점왕에 오른 윌트 체임벌린(총 7회)를 비롯 카림 압둘자바,밥 맥아두등이 득점레이스를 이끈 70년대 까지 득점왕='빅맨'이라는 등식엔 변함이 없었다.

슈팅가드인 마이클 조던(총 10회)이 86-87시즌 처음으로 득점왕을 차지한 이후 은퇴 할 때 까지 센터들의 위세는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킴 올라주원,패트릭 유잉,데이비드 로빈슨,샤킬 오닐,알론조 모닝등의 센터들은 언제나 득점랭킹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었다.

조던이 잠시 야구외도를 한 94-95시즌과 96-96시즌엔 데이비드 로빈슨과 샤킬오닐이 여지없이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시즌 유달리 센터들이 부진을 보이느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유능한 센터들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오닐을 제외한 올라주원,유잉,로빈슨 등 한시대를 풍미했던 간판급 선수들은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기엔 너무 늙었다.또 득점왕 후보는 아니지만 '톱10'진입은 무난한 모닝이 부상으로 쓰러진 것도 센터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또 하나는 농구전술이 다양해지면서 더이상 센터에 의존하는 게임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 이다.

농구의 전형적인 공격방법은 골밑에있는 센터가 가드로부터 볼을 넘겨받아 1:1 을 하거나 외곽에 오픈찬스가 난 동료에게 패스를 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NBA에서 이런식의 농구를 구사하는 팀은 많지않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앞세운 시카고 불스가 유능한 센터없이도 우승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후 오닐과 같은 센터를 확보하지 못한 많은 팀들은 다양한 전술을 개발했다.

동부의 뉴욕 닉스와 서부의 피닉스 선스가 대표적.

팀의 기둥이었던 패트릭 유잉의 부상때문에 개발된 뉴욕의 '3가드 시스템'에 의한 빠른 속공은 정통센터 유잉을 결과적으로 뉴욕에서 몰아내는 결과를 낳았다.

또 피닉스 선스의 '런앤건'도 센터의 비중이 적은 대표적인 공격방법이다.

센터의 시대는 정말 끝나는 것 일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전체적으로 NBA선수들의 신장이 커지면서 옛날같으면 센터를 맡아도 될 선수들이 파워 포워드,심지어 스몰 포워드로 활약한다.

2m11의 케빈 가넷이 스몰 포워드로 뛰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비슷한 신장의 포워들 틈에서 볼 핸들링과 스피드가 뒤쳐지는 센터들이 돋보이는 활약을 하기란 매우 어렵다.

센터들이 '아! 예날이여'를 외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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