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인터넷 경매업체 셀피아 윤 용 사장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9시 17분


서울 벨리에는 삼성 출신 벤처 사장들이 많다. 이들은 '관리의 삼성' 출신으로 대기업 조직 문화와 벤처 정신을 동시에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넷 경매 업체에만 한정해서 보면 가장 잘 나가는 '옥션'의 공동대표 이금룡 씨도 삼성물산에서 22년을 일했다. 네트워크 경매를 시작해 1년만에 '옥션'을 위협하고 있는 '셀피아'의 윤 용 사장은 삼성 SDS 출신이다.

불황으로 취업문이 닫힌 요즘 잘 나가는 대기업 과장이라는 안정된 지위를 버리고 벤처 사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사연과 사업 계획에 대해 윤 용 사장을 만나보았다.

대기업 싫어 창업, 직원중심 경영

윤 사장은 삼성 SDS 사내 벤처 1호다. 사내 공모를 통해 만든 벤처에서 활동하기 이전에 그는 삼성그룹이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기 시작한 계열사 인터넷사업을 담당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물산 쇼핑몰, 유니텔 쇼핑몰 등 삼성그룹 인터넷사업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다. 윤사장은 97년 쇼핑몰 구축 책임자가 되었고 온라인 쇼핑에 광범위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그 이전에 그는 CAD/CAM 팀에서 영국 소프트웨어사 한국 딜러를 맡았다. "그때 영국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혼자 영업하는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갖고 윤 용 사장은 사내 벤처에 뛰어 들었다. "경험도 경험이지만 원래 개인적인 성향을 갖고 있던 것이 더 큰 이유" 라는 윤 사장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사내 벤처에 지원했다" 고 말했다.

사내 벤처에서 활동하던 그는 99년 3월부터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가 그해 9월 팀 동료 5명과 함께 집단 퇴사했다. 정보처리기술사인 홍순암씨(현 셀피아 이사), 서울대출신의 윤지현씨(현 셀피아 연구팀장), KAIST 석사출신의 임태균씨(현 셀피아 개발팀장) 등이다.

윤사장은 "회사 업무가 정리되는 대로 분사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며 "옆 사무실을 쓰다 분사한 '네이버'의 경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구축을 하면서 '인터파크'를 알게 된 것도 창업의 동기가 됐다. "인터파크 서비스가 별 것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는 윤 사장은 "인터파크가 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대신 창업은 쇼핑이 아닌 경매를 택했다. 경매 쪽이 비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나올 때 기술 분쟁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삼성에 다닐 때는 경매 서비스의 개념만 개발했다" 며 퇴사후 창업 준비를 하면서 코딩 등 솔루션 개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만일 삼성에서 솔루션 개발이 있었다면 퇴사 뒤 소송을 제기 했을 것 아니냐고 윤 사장은 반문했다.

같이 창업한 5명중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3명. 2명은 창업 초기 벤처기업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고 떠나갔다.

"창업 초기라 일이 많아 일일이 챙겨주지 못한 점도 있다"는 윤 용 사장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은 것이 퇴사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대신 그는 '연줄'과 인맥을 통해 기획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했다. 그 중에는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박사도 있다.

윤 사장은 '기술자'에서 '경영진' 그것도 벤처기업 사장이라는 지위로 이동했다. 삼성에서 퇴사하기 전 과장의 지위에 있었지만 자신의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는 철저한 팀장 위주 경영을 통해 회사를 경영한다. 팀장들은 모두 그와 끈끈한 유대 관계가 있는 사람들. "직원과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경영 기법" 이라는 그는 직원에게 많은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직원 중심 경영을 하게 된 것은 삼성에서 느꼈던 불만 때문. 그가 회사에 바라는 것과 실제로 회사에서 해주는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 결국 회사에 대한 로열티 (충성) 부족이 삼성에서 느꼈던 가장 큰 불만이라는 것이다.

그는 많은 주식을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나눠줬다. 올 5월 평생고용 직원을 공개 모집한 것도 직원 중심 경영을 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윤사장은 "회사가 발전하려면 직원들이 ‘내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평생고용 사원을 뽑기로 했다”고 평생고용 사원 모집 동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에서 배워온 것도 많다. 셀피아의 윤 사장이 삼성의 관리 기법에서 많은 것을 활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경매 솔루션 판매, 해외 진출 목표

그 동안 셀피아는 네트워크 경매 회사로 유명해 졌지만 지금은 경매 솔루션 공급에 역점을 두고 있다. 네트워크 경매는 경매 자료 등 데이터베이스 공유를 통해 사이트 이동 없이 다른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경매에 참여 할 수 있는 경매 방식이다.

매출 비중은 경매가 40% 정도로 솔루션 공급을 통해 얻는 매출이 더 많다. 고객에게 드러나지 않는 '섀도우'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윤 사장은 경매 솔루션 ASP 사업 시장이 크고 수익 구조도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매 서비스는 셀피아에서 경매 경험을 얻기 위해 실시하는 성격이 크다" 는 그는 실전 경매 서비스 경험을 통해 솔루션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경매 서비스는 주로 대형 포털업체와 제휴해 왔다. 하지만 대형 포털의 수도, 가입자 수도 제한돼 있다. 사실 셀피아가 서비스하는 네트워크 경매 서비스는 이제 시장 포화상태다.

셀피아는 지난 달 라이코스 코리아와 제휴, 경매 수수료로 1500만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더 이상 제휴할 포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셀피아측은 전화 경매, 모바일 경매 등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이용 실적은 미미하다.

대신 셀피아가 내놓은 수익 모델은 경매 솔루션 ASP. 솔루션을 공급한 뒤 월정액 요금을 받거나 경매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최근 셀피아는 소니에게 경매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솔루션 ASP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경매 솔루션 ASP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경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기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 경매 솔루션을 개발하기 부담스러운 업체는 셀피아의 솔루션을 이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비싼 값에 솔루션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ASP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유지'. 셀피아 솔루션을 이용하는 판매업자는 자신의 고유 브랜드를 계속 쓸 수 있다. 판매 업자는 '경매 사이트 셀피아'에 입점하는 형식으로 물건을 팔 수도 있지만 자기 브랜드에 대한 욕심이 있기 마련이다. 셀피아의 솔루션을 이용하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면서 시장은 확대할 수 있다.

솔루션 ASP 사업을 하면 광고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셀피아측에도 이익이다.

솔루션 ASP의 단점은 '박리다매' 구조. 고가 솔루션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를 상대하기 때문에 '싸게 많이' 팔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신생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면 언제라도 위험해 질 수 있다.

윤사장은 "경매 사이트 운영을 통한 실전 경험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품질 경쟁력이 있다" 며 "전화 경매, 모바일 경매 등을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자칫 덤핑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셀피아는 다음 달 첫 수익을 낼 전망이다. 주식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내년 후반기에 코스닥 등록을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셀피아의 장래 계획 중 하나는 해외 진출.

이미 일본과 솔루션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윤사장은 "미국에는 이미 'e-Bay'라는 인터넷 경매 시장의 거인이 있지만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보였다.

윤사장은 셀피아 지원사를 통해 자금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피아의 지원사 중에는 삼성과 관련된 회사가 많다. 윤 사장은 "삼성에서 40억 가량 지원 받은 것은 사실" 이지만 "서로 말이 잘 통하고 기술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 받았을 뿐 "이라고 말했다.

윤 용 대표 약력

청주태생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연세대학교 대학원 산업정보학 석사

1989년 삼성 SDS

1996년 삼성그룹 인터넷 사업추진 실무담당

1999년 - 현재 셀피아 대표

박종우<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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