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탄핵, 당당한 표결을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59분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에 대해 한나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오늘 국회에서 표결처리된다. 이번 탄핵안은 국회 재적(在籍)의원 273명 가운데 과반선인 137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가결되는데 현재의 의석분포는 여야 어느 쪽도 과반의석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민련 17석 등이 탄핵안의 찬반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갈리게 된다.

탄핵안 저지에 나선 여당 민주당은, 역대 국회에서 발의된 검찰총장 탄핵안 총 5건 가운데 두 번은 자동폐기되고 세 번은 표결을 통해 부결된 ‘역사’에도 불구하고 안심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의석구조 때문이다. 더욱이 자민련 내부에도 반(反)검찰 분위기가 있고 일부 민주당과의 제휴를 반대해온 의원들이 지도부의 ‘부결’전략에 반발하고 있어 탄핵안 표결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탄핵안 부결을 목표로 세갈래 방안을 세워놓고 있다는 보도다. 첫째는 이른바 정공법으로 자민련과 비(非)교섭단체의원들의 지원을 업고 표대결에 나서서 부결시키는 방안, 둘째는 기권이나 집단퇴장으로 표결에 불참하는 방안, 셋째로는 ‘검찰에 선거법 위반혐의로 피소된 의원(한나라당 10명, 민주당 8명)들은 이해(利害)당사자들이므로 표결에 나설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한나라당과 대치를 유도, 표결 자체를 무산시키는 방안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자민련까지도 명심해야 한다. 집단퇴장 기권 같은 표결 불참이나, 뒤늦게 의사진행방해 비슷한 수단으로 부결을 유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떳떳지 못한 반(反)의회주의라는 비난과 함께 국민의 비웃음을 살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올라온 탄핵안은 국회법 규정과 취지대로 정정당당하게 처리하는 것이 의원된 도리요 순리다. 가(可)든 부(否)든 의원 각자가 자유스러운 판단에 따라 표결에 임해서 의회의 의사를 모으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법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발의되어 표결에까지 이르게 된 탄핵안이 개개 의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당당한 모양새로 처리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어느 당이건 이른바 당론(黨論)이라는 것을 앞세워 의원들에게 가부를 강요하지 말고 헌법기관이기도 한 의원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선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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