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 길]'내손안의 인터넷' 생활속으로…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38분


지난해 2월 일본 NTT도코모가 선보인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 i모드. 요즘도 매달 120만명의 가입자를 새로 끌어모으고 있는 히트작이다. i모드 서비스는 인터넷 후진국으로까지 치부됐던 일본을 단연 차세대 무선 인터넷 분야의 최강국으로 이끌어 올린 주역이다.

i모드 서비스의 성공 비결은 여러가지로 분석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터넷을 고객의 손안에 가져다줬다는 점. 늘 자리를 지키고 있는 PC와 달리 휴대전화는 늘 주인과 함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있다.

전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새 천년 화두는 단연 모바일을 뜻하는 ‘M’이다. 아직 인터넷을 이용한 e커머스도 무르익지 않았지만 IT업계는 벌써부터 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 상거래인 ‘m커머스’에 대비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m커머스는 이동 단말기를 이용한 ‘움직이는 e커머스’를 뜻한다.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m커머스는 인터넷 전자상거래(e커머스)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선 인터넷 사용자는 하루에 한 번, 평균 20분씩 인터넷에 접속하는 반면 무선 인터넷 사용자는 한 번에 평균 1분30초씩 하루 3회 정도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는 대부분 이동중에 짧은 시간 사용하므로 인터넷 사용자에 비해 훨씬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늘 들고 다니기 때문에 휴대전화가 기지국과 주고 받는 전파를 통해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기업이 훤히 알고 있다는 점도 인터넷과 차이점이다.

이런 특성들 덕분에 e커머스에선 불가능했던 원투원 마케팅이나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극장 주인이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자리가 텅 비면 극장 근처에 있는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극장표 50% 할인 쿠폰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손에 들고 다닌다는 물리적 특성 때문에 디스플레이 화면이 작을 수밖에 없는 것은 최대의 약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올해 컴덱스쇼에서 “휴대전화로 표를 그리고 복잡한 수치 계산을 할 수 있는가”라며 ‘PC의 시대가 가고 이동단말기 시대가 온다’는 PC종말론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m커머스 업계에서도 구입전에 많은 정보가 필요한 상품, 예를 들면 자동차나 주택 등은 m커머스를 통해 매출을 늘리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닷컴기업 가운데에선 인터넷에서 독창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발빠르게 사업 기회를 선점한 야후나 아마존, 이베이 등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과연 m커머스 시장에선 어떤 업체가 강자로 떠오를까.

전문가들은 일단 네트워크에 대한 접속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기존의 통신 사업자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 사업자들은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독점하고 있고 요금을 부과하는 데도 기존의 빌링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가장 유리하다.

m커머스 시대의 강자로 떠오르기 위해 보다폰―에어터치나 도이치텔레콤 등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들은 서로 먼저 우수한 콘텐츠업체나 서비스 업체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도이치텔레콤의 귄터 마틴 부사장은 “도이치텔레콤은 독일 철도(DB)와 손을 잡고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무선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를 통해 열차 시각표와 여행지의 호텔 정보를 제공하거나 도착지에서 택시를 예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황금맥을 찾아 m커머스 분야에 뛰어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e커머스에서 쓰였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휴대전화라는 단말기의 특성에 맞는 독창적인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NTT도코모 관계자들은 서비스를 시작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i모드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서비스가 전화벨 소리나 배경 화면을 바꾸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다운로드받는 서비스였던 것이다. 뉴스나 게임처럼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서비스는 휴대전화에선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핀란드의 소네라라는 업체는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사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에선 택시 요금을 휴대전화로 낼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비디오 대여 체인업체인 일본의 쓰타야는 대여점 주변의 잠재 고객들에게 휴대전화를 이용해 비디오 할인 대여 쿠폰을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창조성을 무기로 m커머스의 신천지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사례들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어낼리스틱스는 2005년이 되면 전세계 m커머스 시장이 20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억3000만명의 사용자가 연간 140억건의 거래를 이룬다는 것.

2002년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m커머스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국경을 넘어 동영상과 각종 데이터를 주고 받는 IMT―2000서비스가 시작되면 m커머스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인터넷 전자상거래가 그랬던 것처럼 m커머스 역시 ‘전파’의 속도로 우리 곁에 오고 있다.

〈도쿄·프랑크푸르트〓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