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우체국 맞나"... 예금 21조 몰려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38분


우체국에 돈이 몰리고 있다. ‘망할 염려가 없는 은행’인데다 첨단 금융시스템이라는 새 날개를 단 덕분이다.

정보통신부는 1064억원의 예산과 연인원 20여만명의 인력을 들인 ‘우체국금융 분산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5개월여간 운용해본 결과 효율성과 안전성이 만족스럽다는 것.

정통부는 새 전산시스템을 바탕으로 인터넷뱅킹 등 차세대 금융서비스에서 은행권을 앞서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체국의 이 분산시스템은 전국 7개 체신청에 나눠 구축된 전산시스템이 업무를 지역별로 나눠 처리하는 방식. 전국규모의 금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갖추어졌다. 정통부 우정사업본부 이재태(李裁泰)금융기획과장은 “업무를 분산 처리하므로 성능이나 용량 부족 문제가 해소됐다”면서 “한곳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다른 지역은 괜찮다”고 설명했다.

우체국은 9월 이후 인터넷 뱅킹과 홈뱅킹, 은행 증권거래대행 등 서비스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나가고 있다. 인터넷 뱅킹의 경우 조만간 24시간 연중무휴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체국의 이같은 움직임 때문에 은행 등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전산시스템은 금융기관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우체국이 대형 금융기관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

금융권의 부실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우체국 예금은 급증세를 보여왔다. 1월말 16조7146억원이던 예금수신액이 지난달 말 21조8814억원으로 늘었을 정도. 또 수납보험료도 12조원에 이르며 점포수만 놓고 봐도 국민은행의 4.8배인 2800여개나 된다.

한편 우체국으로 예금이 몰리자 기존 금융권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원래 우체국예금은 은행 발길이 닿지 않는 취약지역을 위해 실시된 것”이라면서 “정부가 돈장사에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가뜩이나 어려운 금융기관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반응이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