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家臣-無소신 관료-부패 보수세력 '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57분


김영호(金泳鎬)전 산업자원부장관이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쏟아낸 쓴소리는 김대중 정부에 한때 몸담았던 학자가 체험에서 우러나온 경고를 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비판보다도 무게가 실려 있다.

김 전장관의 발언 내용을 놓고 구구한 해석이 나올 수 있으나 개인 신상과 관련짓는 식은 지극히 퇴영적인 것이다. 김 전장관이 겪은 것과 같은 좌절과 실망의 이야기는 이 정부에 애정을 지닌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도 칼럼 심포지엄 토론회 등을 통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는 바람에 이제는 지쳐버렸을 정도라고들 말한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를 가신 그룹, 부패 보수세력, 일부 소신 없는 경제관료 등이 가로막고 있다”며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한 대목은 폭넓은 공감을 얻는 분위기다. 권력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국민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김대통령의 측근 의존도가 갈수록 깊어지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 전장관이 말한 ‘소신 없는 경제관료’가 누구를 지칭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경제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참신성이 부족하고 개혁의지가 빈약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 전장관의 경제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삐끗하면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인식에는 현 경제팀도 동의할 것이다. 집권 중반의 반환점을 돌아선 정부가 권력 누수현상이 생기는 상황에서 이번 경제위기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만성적으로 경제위기가 재발하는 중남미 국가형이 되거나 일본식의 장기 복합불황에 빠져들 수도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를 건전하고 개혁적인 지적(知的)집단이 연결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집권 초기에는 개혁적 사고를 지닌 지적 그룹을 자주 접촉했으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인사 때 동원하는 인재 풀도 너무 한정된 인상을 준다. 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인사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도 많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사정도 위기 타개를 위한 국면전환용이 돼서는 안된다. 김 전장관이 지적한 대로 대통령을 둘러싼 부패 보수세력이나 측근, 이른바 권력 발아래부터 정리해야 한다. 우선 권력실세들의 개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동방게이트 한빛게이트 등에 대한 수사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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