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시 꿰맞추기 수사였다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36분


역시 검찰에 문제가 있었다. 옷로비 사건 관련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한마디로 검찰의 꿰맞추기 수사와 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법원은 옷로비 의혹 사건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와 강인덕(康仁德)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 의상실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해 어제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최순영(崔淳永)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 자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은 ‘구속된 남편을 구하기 위해 이씨가 벌인 자작극’이라는 검찰의 결론을 부인하고 사실상 특별검사의 수사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검찰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졌다. 국가의 장래를 생각할 때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재판부가 판결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을 내비쳤다는 사실이다. 재판부는 옷로비 사건의 실체가 아니라 ‘위증’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판단했다고 강조하면서도 나름대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검찰이 수사 초기에 연씨의 진술을 너무 믿었던 것 같다는 지적이 대표적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재판부는 사직동팀의 최초 조사 시점이 지난해 1월8일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사직동팀의 최초 조사시점은 연씨가 사직동팀의 내사첩보를 미리 알고 황급히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를 반납했는지 여부와 관련된 핵심 쟁점으로 검찰과 특검은 1월15일이라고 판단했고 이형자씨측은 1월 7, 8일을 주장해왔다.

사실 옷로비 의혹 사건은 단순한 구도다. 법원이 판단한 대로 이씨가 남편을 구하기 위해 검찰총장 부인에게 접근했고 이 과정에 배씨와 정씨가 개입한 사건이다. 그런데 사직동팀과 검찰은 당시 검찰총장 부인의 연루사실을 감추기 위해 꿰맞추기 수사로 일관했고 결국 온나라가 6개월 이상 홍역을 치렀다. 아주 간단한 사건을 놓고 사직동팀, 서울지검, 국회 청문회, 특별검사, 대검 등 5단계에 걸친 조사 또는 수사를 하느라 나라가 시끄럽고 국민은 극도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

더군다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여권 관계자들은 한창 수사가 진행중일 때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며 검찰을 두둔하고 나서 엄청난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

검찰은 이번 판결문의 뜻을 잘 헤아려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권실세들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는 것이 반성의 첫 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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