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탐방/서원밸리GC]폭포·연못…2번홀 '신의 걸작'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이 홀에다 뿌려다오.”

어느날 서원밸리GC 서원코스 2번홀 티그라운드에서 주위를 감상하다 내뱉은 한 친구의 말은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그 친구의 말은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탄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페어웨이를 따라 낙락장송이 숲을 이루고 오른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수와 개울, 3개의 대형연못이 어우러진 이 홀은 당장이라도 세계 100대 명문 홀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오죽하면 이 홀을 ‘신의 작품’이라고 까지 할까.

페어웨이가 넓어 무리하지만 않으면 어지간해도 큰 사고(?)는 없다.하지만 홀의 아름다움에 취하면 여지없이 연못으로 ‘퐁당’하고 더블보기도 다반사다.

게다가 티그라운드가 왼쪽으로 향해 있기 때문에 초행 골퍼는 훅을 내기 일쑤다.

골프를 사작한지 11년. 이제 가끔은 싱글도 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는가 싶더니 어느새 머리는 반백이 되고 변함없던 체중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아침에는 눈뜨기도 힘들고 손등도 붓는걸 보면 스트레스와 긴장의 연속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인생의 만추를 알리는 신호인가 싶은게 요즘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난 일요일.

콘크리트 숲을 빠져나와 시원한 자유로를 몇십분 달려 경기 파주에 위치한 서원밸리골프장에 들어서니 만추의 금강산에 단풍구경 온 기분이다.

주변 풍광이 올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 늘 새로운 활기가 솟는다. 정문 아가씨와 후론트 여직원이 웃으며 맞이하는 친절도 코스상태만큼 푸근하다.

핸디캡 1번홀인 서원코스 6번홀은 나에게 ‘골프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야’ 하면서 준엄하게 타일러 주는 홀.

그린 턱밑에 벙커와 대형연못이 입을 벌리고 있지만 ‘드라이브샷만 잘 맞는다면 무난히 투온으로 붙여 버디까지 노려 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과욕을 부리다보면 겨우 보기로 막는 경우가 종종 있다.

크고 작은 소나무사이로 펼쳐지는 페어웨이가 한폭의 그림같은 서원8번홀과 밸리8번홀은 특히 애착이 가는 홀이다. 내기골프로 ‘수입’도 짭짤하게 올릴수 있는 홀이기에….

‘인생은 골프와 유사하다’고 했던가.

홀마다 독특한 레이아웃으로 단 1홀 1샷도 대충 넘어가다간 봉변을 당하기 일쑤이고, 냉철한 자기판단과 여유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보답하는 대표적은 코스이기에 서원밸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골프장이다

심산유곡의 청수열탕에서 피로를 풀고 식당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굿샷칵테일로 입가심하며 다음주에는 줄버디로 뭔가를 보여주고 말것을 다짐했다.

허광옥(신창산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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