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맛있는 수다]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 입력 2000년 11월 2일 15시 08분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밤과 인삼이 당당히 자리잡고 앉은 영양돌솥밥? 새우와 오징어가 아낌없이 몸을 던진 해물볶음밥? 옛날식 아궁이에 커다란 무쇠솥을 얹어 놓고 지은 윤기 자르르 흐르는 쌀밥? 처녀 때라면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결혼 3주년을 바라보는 요즘 제 입에 가장 맛있는 밥은 남편이 해주는 밥입니다.

결혼하기 전엔 이쁜 앞치마를 두르고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한상 가득 차리느라 종종거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였었죠. 근데 요즘은 왜 인간은 하루에 세끼씩 꼬박꼬박 먹어줘야하는지, 초등학교 때 상상했던 한 알만 먹으면 며칠씩 배 안고픈 약은 왜 아직도 발명이 안됐는지, 투덜거리기 일쑤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그렇다면 우리 신랑이 너무 불쌍하네…)

암튼 어느 순간부터 밥 차리는 게 즐겁지만은 않더니 일요일이 점점 두려워지더군요. 그야말로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부려가며 하루 세끼를 온전히 차려내야 하는 날. 주부에게 일요일은 더이상 속편한 휴일이 아니었습니다. 요리는 못해도 잔머리 하나는 남부럽지 않은지라 전 일요일마다 늦잠을 늘어지게 자기로 했습니다. 그럼 느지막히 일어나 아점(멋진 말로 '브런치'라고들 하더군요...)먹고 대충 버티다가 저녁 먹고, 그럼 하루 두끼만 준비하면 되니까요. 하하.

문제는 우리 신랑은 아침잠이 없는 사람이라는 거죠. 아무리 광란의 토요일을 보내고 들어와도 일요일 아침 8시만 되면 부시럭부시럭 일어나서 "그만 일어나라"는 둥 "배 고파 죽겠다."는 둥 중중거리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미안한 느낌이 들지만 두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양심과 뻔뻔함이 오만번은 교차하는 순간이죠.

제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남편은 숨겨놓은 솜씨를 발휘해서 꽤 다양한 일품요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 제일 자주 올라오는 요리가 김치볶음밥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희집 냉장고엔 덜렁 신김치 뿐일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근데 그게 그렇게 맛있는 겁니다. 제가 만든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푸짐하고도 풍부한 맛을 낸단 말이죠. 게다가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있다가 숫가락 하나 달랑 들고 식탁에 앉으니… 어찌 맛없을 수가 있겠어요?

나중에 비법을 은근히 물어보니까 김치를 볶을 때 고추장을 좀 넣고 냉동실에서 떨고 있는 삼겹살을 좀 넣는다고 하더군요. 깔끔한 맛을 좋아한다면 양파랑 김치, 햄만 볶아서 먹어도 맛있지만 삼겹살과 김치가 어우러진 김치볶음밥은 정말 별미죠.

남편은 그 김치볶음밥 만드는 법을 저에게 가르치고 싶어 안달이지만 전 절대로 안 배울 생각입니다. 그 김치볶음밥이 맛있는 이유는 제가 아닌 남편의 정성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니까요. 나른한 일요일 오전, 남편이 접시 가득 담아오는 김치볶음밥은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브런치'랍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우리 신랑표 김치볶음밥 만드는 법!!

▼ 재료 ▼

신김치, 삼겹살, 양파, 고추장 조금(넣어도 좋고 안넣어도 그만)

▼ 만들기▼

① 신김치를 잘게 썰어둔다(김치 속은 대충 털어줘야 깔끔하죠)
② 삼겹살, 양파를 잘게 썬다.
③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다가 삼겹살을 볶는다.
④ 삼겹살이 익으면 김치를 넣어 같이 볶는다. (김치 국물과 고추장을 좀 넣으면 더 좋지요)
⑤ 밥을 넣고 뭉치지않게 살살 볶아준다.

P.S ) 김치볶음밥에 달걀 후라이를 얹어 먹는 분들도 많더군요.

하지만 삼겹살에 달걀후라이까지 얹어먹으면 그 느끼함이란!

시간이 남으면 차라리 파무침 같은 걸 곁들이는 게 훨씬 개운하답니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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