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바이벌]살아남은 자의 애환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7시 13분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생존게임.’

17일째를 맞는 ‘5000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 행사를 지켜보는 네티즌들의 탄식. 출연자들은 빡빡한 생활규칙에 중압감을 느낀 듯 식사량도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용사 이호현씨가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이며 탈락한 지 일주일째. 이씨의 퇴출사유는 특정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 탈락한 이씨의 뒷모습을 지켜본 나머지 9명의 ‘생존자’들은 마우스 클릭 소리가 이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한표 한표에 울고웃는 정치인을 닮아간다는 착각이 들 정도.

전국에서 이 게임 투표에 참여한 네티즌은 8만명을 돌파했다. 20대 남성층의 ‘성원’에 힘입어 20대 초반의 여성인 최가빈씨(프리랜서)가 여전히 선두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이번주에 새로 부여된 부업은 핸드폰 줄만들기. 마늘까기, 편지봉투 붙이기, 구슬꿰기에 이어 주어진 일과다.

지난 2주일간은 공동작업으로 생산한만큼 공동으로 구입했지만 이번주부터는 각자 일한 만큼 따로 정산해 물품을 구입해야 한다. 사회주의방식에서 자본주의방식으로의 변화. 예상대로 한 개당 6원의 ‘부가가치’가 남는 핸드폰 줄을 만들기 위해 첫날부터 불꽃튀는 부업전쟁이 벌어졌다.

이들의 생활모습은 솔제니친의 소설 ‘수용소군도’를 방불케한다. 엘로카드제가 도입돼 낮잠을 자거나 다른 사람의 인터넷 일기장을 보면 경고. 3회 이상 경고가 쌓이면 득표 순위에 상관없이 탈락. 하루중 유일하게 바깥공기를 접하는 시간인 오전 7시반 체조시간에 늦어도 가차없이 경고다.

출연자의 ‘온라인 생사여탈권’은 리얼 드라마를 인터넷(www.5000choice.com)으로 지켜보는 네티즌이 쥐고 있다. 다섯 명이 남을 때까지 매주 최저 득표자 1명씩이 ‘퇴출’ 된다.네티즌들의 안타까움도 계속된다. ‘생존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는 것. 그러나 애초에 정해진 룰(rule)은 룰. 게임은 계속된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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