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아시안컵]"한국축구 남 뛸 때 제자리걸음"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35분


제12회 아시안컵축구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인터넷 홈페이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한국이 우승 예상 후보 1순위였다.

한국이 최근 잇단 국제 대회에서 맥없이 물러섰지만 그래도 월드컵 5회 진출을 이룬 ‘아시아축구의 제왕’이 아니냐는 고정관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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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올림픽팀 위주로 나선 일본, 급격한 세대교체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아시안컵 결승에 오른 반면 한국은 해외파 선수까지 모두 소집하고도 졸전을 면치 못했다. 예선 첫 경기에서 비긴 중국은 ‘공한증’을 떨쳐버리고 한국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올림픽팀에 당한 두 차례 완패, 올 시드니올림픽 스페인전 대패, 아시안컵 졸전 등 잇따른 부진 때문에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일본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가 과감한 선진 기술 수용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다.

96아시안컵 이란전 대패(2―6), 97세계청소년축구 브라질전 대패(3―10), 98월드컵 네덜란드전 대패(0―4) 등 국제 경기 참패 때마다 각종 분석과 대책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그러나 한국축구는 단 한번도 실패를 보약으로 만드는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기본적인 세대교체에도 실패했다. 단적인 예로 홍명보(31)는 90년 1월 노르웨이전 이후 만 11년째 대표팀 붙박이 중앙 수비수로 활약해왔다. 그가 33세가 되는 2002년에도 현재와 같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만 11년 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홍명보가 빠져 올림픽에서 무너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한국축구의 ‘비극’이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유망 선수 해외진출 추진도 각 구단 이기주의와 선수들의 나약한 정신 자세로 유야무야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2002년 월드컵 성공 개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뭐래도 역시 개최국의 성적이다. 특히 일본과 공동 개최하는 한국으로서는 ‘비교의 대상’이 되기에 더더욱 그렇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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