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현대-LG "이적생 만세"

  • 입력 2000년 10월 24일 02시 07분


문제 하나. 현대의 박종호 임선동 심재학 그리고 LG의 최창호 최원호 안병원. 이들의 닮은점은 뭘까?

정답은 현대-LG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각각 맞바꿔 입은 이적생들이라는 것.

박종호는 98년 투수 최창호와 맞트레이드됐고, 심재학은 지난해 최원호와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임선동도 지난 시즌부터 현대에서 뛰기 시작했다. 현대는 임선동을 데려오면서 투수 안병원을 LG에 내줬다.

23일 대구와 잠실에서 벌어진 2000프로야구 플레이오프 현대-삼성 4차전, LG-두산 3차전. 바로 이들 이적생들이 펄펄 날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먼저 현대 이적생 트리오의 선두주자 박종호는 3점 홈런을 터뜨렸고, 심재학은 2타점 2루타로 승리를 합작했다. 92년 데뷔후 LG 유니폼을 입고는 한 번도 3할을 넘겨본 적이 없는 박종호는 이미 올해의 수위타자. 임선동은 18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심재학 역시 플레이오프 3차전과 4차전의 맹활약으로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삼성―현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대구구장 관중은 3108명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최소. 팬들은 이미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어려워졌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현대는 강했다. 한번 찬스를 잡으면 꼭 득점과 연결시켰고 그게 바로 삼성과 다른점이었다. 삼성은 정경배와 김태균을 1,2번으로 올리고 강동우를 첫 선발출전시키는 등 대규모의 타순조정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애썼지만 ‘막강 현대의 힘’엔 어쩔 수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현대는 '원찬스’를 물고 늘어졌다. 5회 1사 1, 2루에서 박진만의 가운데 안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박종호가 왼쪽 담장을 넘는 3점포를 쏘아올렸다. 단숨에 4―0. 다시 안타와 볼넷으로 1, 2루의 기회를 만든 뒤엔 심재학이 쐐기 2타점 2루타로 대세를 갈랐다.

현대가 4차전마저 8-0으로 잡고 4연승으로 96, 98년 이후 세 번째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플레이오프 4연승은 지난해 한화가 두산에 4연승한 이후 역대 2번째 기록. 플레이오프 MVP에는 2승을 따낸 에이스 정민태가 뽑혔다.

LG 이적생들도 이에 못지 않았다. 이날 잠실 3차전에서 안병원은 7회1사까지 단 2안타만 내주고 두산 타선을 막아내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8회 등판한 좌완 최창호도 좌타자 정수근을 뜬공으로 잡아 임무를 완수했다.

결국 LG가 4-2로 두산을 눌러 2승1패로 한발 앞서나갔다. 이 경기는 ‘데이터 야구’를 신봉한 LG 이광은감독의 과감한 타순이동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올 정규시즌에서 두산 선발 최용호에 대한 LG 타선의 성적은 김재현이 10타수 5안타, 이병규가 12타수 5안타, 스미스가 4타수 1홈런. 반면 양준혁은 12타수 2안타에 머물렀다.

양팀의 투수 로테이션상 3차전은 난타전이 될 것으로 예상한 이감독은 6번타순의 김재현을 2번으로, 5번 스미스를 양준혁 대신 4번으로 올렸고 결국 이게 적중했다.

<장환수·주성원기자대구〓김상수·전창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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