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정신나간 월드컵조직위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36분


98년 프랑스 월드컵의 관중은 250여만명이었다. 전 세계 TV시청자는 연인원 370억명으로 추정됐다. 94년 미국 월드컵조직위 스타인 사무총장의 말대로 월드컵은 ‘창구’다. 월드컵을 통해 개최국은 세계를 보고, 세계는 개최국을 보게 된다. 그렇지만 개최국이 세계를 보는 눈과 세계가 개최국을 보는 눈에는 차이가 있다. 나라의 모든 면이 속속들이 드러나게 되는 개최국은 이미지 구축에 온 힘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2002년 월드컵은 개최지가 두 나라여서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우리도 일본도 성공적 대회를 위한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비교 평가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경기운영에서부터 사회질서, 숙박 및 교통편의, 문화행사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월드컵 준비는 다소 흔들리는 느낌이다. ‘올림픽처럼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으리라는 낙관에 젖어 있는 것 같다’고 한 일본기자는 꼬집었다.

▷엊그제 국정감사자료에서 지적된 조직위의 영문홈페이지의 오류건만 해도 그렇다. 한국 방문은 월드컵 기간을 피하는 게 좋고, 디프테리아 장티푸스 등의 예방접종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 한국의 역사 문화 경제 등이 부정적으로 묘사된 홈페이지 내용이 상당기간 방치됐었다. 홈페이지 운영 용역업체가 해킹당한 결과였다. 심재권의원(민주당) 측이 이를 발견한 게 2개월 전쯤이라니 관계자들은 모두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조직위의 이런 태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건설공기에 쫓기는 경기장의 실효성점검, 숙박과 교통문제, 훌리건을 포함한 안전대책, 일본과의 통합전산시스템 구축, 입장권 판매문제 등에 대해 조직위의 대답은 늘 ‘문제없어요’이다. 두 명의 공동위원장을 둔 체제도 불안해 보인다. 업무 분담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조직위는 ‘순항’을 강조한다. 조직위의 관리능력 부재와 안이한 자세가 한국을 ‘월드컵도 제대로 못치르는 후진국’으로 만들어 놓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가뜩이나 월드컵에서의 우리대표팀 성적도 염려되는 판이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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