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미당 서정주 시인 부인 방옥숙여사 별세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9시 07분


10일 노환으로 작고한 미당(未堂)의 ‘꽃순이’ 방옥숙(方玉淑·81)여사는 미당 서정주(徐廷柱·84) 시인에겐 내조자 이상의 평생 동반자였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1938년. 빈민굴로, 절간으로 바람처럼 흘러다니는 열혈 아들을집안에 붙잡아두기 위해 미당의 선친이 ‘족쇄’를 채우기로 한 것이다. 당시 미당은 22세, 부인은 19세였다.

미당은 종종 시를 통해 아내 사랑을 표현했다. 젊은 시절 곁눈질과 자유분방함에 대한 미안함과 묵묵히 지켜봐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낸 작품이다. 1960년대 말에 쓴 ‘내 아내’라는 시는 그중 하나. ‘나 바람나지 말라고/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놓은/삼천사발의 냉숫물//내 남루한 피리 옆에서/삼천사발의 냉수 냄새로/항시 숨쉬는 그 물결소리.’

미당의 제자로 최근까지 집안일을 거들었던 시인 이경씨는 “가장 한국적인 여인이었던 사모님은 미당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생애 반쪽을 잃은 미당은 지금 빈소를 찾지 않고 집에서 머물며 덤덤한 표정으로 관악산을 바라보고 있다. 위로차 방문한 후학들에게 미당은 “할망구는 불쌍한 사람이다.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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