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간판 골잡이 김도훈 ‘우울한 가을’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36분


‘가을 그라운드는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프로축구 간판 골잡이 김도훈(30·전북 현대모터스)이 병상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꾸준히 재활 치료를 하고 있지만 늘어난 왼쪽 무릎 인대와 연골 부상 부위는 회복이 더디기만 하다.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려 해도 상황이 그렇지 않다. K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소속팀이 주전들의 잇단 부상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팀 맏형인 그로서는 ‘가시 방석에 앉은 것 같은’ 상황이다.

김도훈은 지난달 올림픽축구 칠레전에서 교체 투입되자마자 5분만에 부상해 그라운드에서 실려 나왔다. 처음엔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 줄 몰랐다. 그러나 2∼3개월은 쉬어야 한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와일드카드로 제 몫을 다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데 국내 최고액 연봉 대접을 해준 소속팀에마저 폐를 끼치게 된 것.

생애 첫 프로축구 득점왕 등극도 위태롭다. 현재 12골로 K리그 득점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용수와 정광민(이상 안양), 박남열과 이상윤(이상 성남)이 나란히 9골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게다가 안양과 성남은 이미 1, 2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만큼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얼마든지 골을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김도훈은 이럴수록 마음을 더 편안히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득점왕이 되면 좋겠지만 저를 두고 벌이는 골 추격전이 팬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일 아닙니까? 그보다는 올림픽팀 후배들이 자신감을 되찾아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챔피언결정전까지만 올라준다면….’ 김도훈이 내달 12일부터 열리는 챔피언결정전까지 남은 한달동안 한눈 팔지 않고 재활 훈련에 열중하겠다는 굳은 마음을 먹은 것은 바로 팀 후배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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