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건소 독감 백신접종 대란…병원폐업-백신부족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37분


독감 예방주사 맞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9일 접종을 시작한 서울 은평구보건소의 경우 보건소가 문을 여는 오전 9시보다 훨씬 이른 오전 7시부터 희망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번호표를 나눠준 결과 접종 희망자는 무려 2500여명.

올해부터 보건소에서 접종 대상자를 65세 이상으로 제한했는데도 희망자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은평구보건소는 오전부터 10명의 간호사를 동원해 ‘총력전’을 벌였으나 역부족으로 결국 희망자 1000여명을 돌려보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이번 주 안에 백신이 동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평구보건소는 지난해 2만5000명 분량의 백신을 보유했으나 올해는 공급 부족으로 7700명분만 겨우 확보한 상태다. 서울 송파구보건소도 이날 2200명의 희망자가 몰려 큰 혼란을 겪었다. 보건소측이 확보한 백신은 고작 5000명분.

11일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 서울 영등포구보건소 관계자는 “단 하루 만에 백신이 동이 나는 최악의 상황도 각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정은 지방도 마찬가지.

지난달 25일부터 독감백신 접종을 시작한 부산 사상구보건소의 경우 지난해보다 2.5배가 많은 하루 평균 1400명이 찾아오고 있어 이틀 후면 확보한 물량이 바닥날 전망이다. 같은 날부터 독감 백신접종을 해온 광주 서구보건소는 약품이 거의 동나 9일 하루 동안 접종을 중단했다.

강원 강릉시는 4일 12000명분의 독감백신을 준비해 접종에 들어갔으나 4일 만인 7일 백신이 바닥났다.

서울시 보건복지국 한 관계자는 “접종 희망자의 상당수를 처리해줬던 동네 의원이 올해 파업으로 제 기능을 못함에 따라 보건소의 혼란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백신 공급량이 부족한 이유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예측 발표가 늦어진 탓에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이 지연돼 독감백신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완배·최호원기자·부산·광주·강릉〓석동빈·정승호·경인수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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