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이의 없으면 박수"

  • 입력 2000년 10월 8일 23시 31분


2002년 월드컵축구 대회조직위원회의 제2차 임시위원총회가 열린 7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이날 총회는 66명의 조직위원 중 31명이 위임장을 내고 30명만 출석한 가운데 2개월간 공석이 된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선출하는 자리로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됐다.

임시 의장인 정몽준 조직위원장 직무대행(대한축구협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총회는 예상대로 20여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위원장 선출이 안건으로 오르자 월드컵유치위원을 맡아 활동했던 신동원 위원이 “정몽준 회장과 이연택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사회를 보고 있던 정회장은 “내가 후보로 오른 마당에 사회를 볼 수가 없다”며 마이크를 한우석 부위원장에게 넘겼다. 이후 조직위원장 선출과정은 불교계를 대표해서 나온 서정대 위원(조계종 총무원장)이 “항간에서 공동위원장 체제로 가면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공동위원장으로 가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의사 진행 발언을 하자 나머지 위원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을 제외하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종환 위원(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정회장과 이이사장의 조직위원장 선출을 제청한다”고 준비된 원고를 읽어내려 갔고 이어 한우석 부위원장이 “두 사람의 공동조직위원장 선임에 대해 이의가 없으면 박수로 동의합시다”라고 말하자 출석 위원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박수를 쳐 공동위원장을 너무나 간단하게 선임했다.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된 정회장이나 이이사장 모두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두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주위의 우려를 깨끗이 불식하고 환상의 콤비를 이루겠다”며 88년 서울올림픽 유치 때부터 이어온 두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지만 이날 총회를 지켜본 사람들은 ‘결과를 알고 있는 영화를 본 것처럼’ 씁쓸한 뒷맛을 감추지 못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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