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舌 禍 (설 화)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25분


舌 禍(설화)

舌―혀 설 禍―재앙 화 寡―적을 과

敏―빠를 민 焚―태울 분 賜―내릴 사

우리 신체의 耳目口鼻(이목구비) 중 유독 입만이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한자에서 口변으로 이루어진 글자는 모두 ‘말하다’ 아니면 ‘먹다’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입이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못 사용하면 두 가지의 害를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음식을 잘못 먹으면 배탈이 나고 말을 잘못 하면 舌禍를 입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나 중국의 聖賢들은 각별히 입의 기능, 그것도 말하는 기능에 주의했다. 대체로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어야 하며(寡言多聞) 행동은 민첩하게 하되 말만은 신중히 할 것(敏行愼言)을 강조했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수도 하게 되고 또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反面, 말을 많이 하는 것을 多言이라 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을 放言이라 했다. 물론 옛날에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최대의 禁忌(금기)였다. 殷(은)의 충신 比干(비간)은 심장에 구멍이 7개나 뚫려야 했으며 진시황(秦始皇)은 신하 460여명을 생매장시켰다. 焚書坑儒(분서갱유)다.

자연히 三寸舌(세치 혀)을 놀리는 데는 고도의 기교가 필요했다. 잘 쓰면 靈藥(영약)이지만 잘못 쓰면 死藥(사약)이 된다. 秦나라를 도와 후에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쌓았던 張儀(장의)는 예의 그 三寸舌을 절묘하게 움직여 제후들을 다독거리는 데 성공, 일약 출세할 수 있었다. 세치 혀가 영약이 된 케이스다.

반면 司馬遷(사마천)은 혀를 잘못 놀려 宮刑의 치욕을 맛보아야 했고 韓非子(한비자)는 혀놀림이 민첩하지 못해 下獄(하옥)되어 賜藥(사약)을 받고 죽어야 했다. 死藥이 된 케이스다.

말을 잘못해 곤혹을 당하는 운수가 口舌數다. 周易(주역)의 兌卦(태괘)는 口舌과 여자를 동시에 뜻한다. 아무래도 더 수다스러운 것은 남자보다는 여자였던 모양이다. 특히 여자가 말이 많은 것은 ‘七出’(七去之惡)의 하나에 들기도 했다.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男兒一言重千金’이란 말은 적어도 남자의 한 마디 말은 천금의 무게와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사회지도층에 있거나 公人의 위치에 있는 인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자. ‘病從口入, 禍從口出’(병종구입, 화종구출―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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