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균/생보자 자활사업 민관협조 절실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36분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빈곤대책의 최후 안전판 역할을 해온 생활보호제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란 명칭으로 1일 새출발했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고 제도의 내용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포함돼 있다. 생계급여의 수준이 높아졌는가 하면, 주거보장과 자활지원사업이 새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자활지원사업은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생계지원과 함께 직업훈련 직업알선 창업지원 등의 고용창출 책임을 국가가 짐으로써 우리의 현안문제인 구조조정을 좀 더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적 복지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의의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실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비판은 주로 3가지 문제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

첫째 문제는 근로의욕 상실에 대한 우려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예상 수급자 155만명 중 근로능력을 가진 사람은 26%인 약 40만명이다. 이중 현재 취업중인 20만명에게는 소득공제를 통해 근로를 유인하고, 나머지 조건부 수급자 20만명에게는 자활지원사업을 통해 자활을 도모한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자활지원사업과 소득공제를 통한 근로유인제도를 통해 복지병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활지원사업의 사전준비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고 정부도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번째 문제는 탈락자 대책이다. 수급자 선정과정에서 기존의 생활보호대상자 152만명 중 15%인 20만여명이 탈락됐다. 그리고 신규 신청자 42만명 중 40%인 17만명이 역시 탈락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득조사와 재산조사를 철저히 한 결과라며, 선의의 탈락자를 최대한 구제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할 것이고 생활보호대상자 가운데 탈락한 사람에 대해서는 희망자에 한해 공공근로사업에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세번째 문제는 행정체계에 관한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에 관련되는 정부 부처는 최소한 7개나 될 정도로 많아서 부처간 협조 및 조정체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리고 자활지원사업과 관련해서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동반자 관계가 잘 형성돼야 한다. 그러나 각종 행정체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고 정부도 상당부분 시인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실시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년간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조사 연구 모의실험 공청회 등을 통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국에서 수백년의 진화과정을 거쳐 발전된 제도를 우리는 극히 짧은 기간에 완성하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문제들의 상당부분은 제도를 직접 실시해 보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보다 완벽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은 지금이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각종 비판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과 동시에 ‘실시를 통한 개선’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상균(서울대 교수·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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