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 한강대교 아치 접근방지시설 고민

  • 입력 2000년 10월 2일 19시 08분


“설치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강변 투신 위협의 ‘명소’로 떠오른 한강대교 아치 위에 접근방지 시설 설치 여부를 놓고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한강대교 아치 위에 올라가 “떨어지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주변 교통이 자주 마비되자 96년부터 서울시는 일반인들의 아치 접근을 막기 위해 아치 위 경사가 급한 지점에 미끈미끈한 그리스를 발라 놓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스에 먼지와 이물질이 묻어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다리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변해버렸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한강대교 보수유지를 위해 98년 1월 시작한 부식 방지용 페인트 칠 작업이 연말까지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부터는 그리스 대신 다른 방지시설을 설치키로 결정한 것이다. 한강대교 위에는 모두 12개의 아치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그리스를 바르고 난 뒤 한강대교에 올라가는 사람이 줄었지만 그래도 1년에 평균 2, 3명은 올라가고 있다”며 “8월에도 한강대교 아치 위에 운전기사가 올라가 ‘투신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선진국처럼 다리 위에 방지시설을 굳이 설치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아치 시위’ 때 발생할 교통혼잡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지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설명. 아치 위로 올라가는 중간 부근에 철제빔을 덧씌워 더 이상 아치 꼭대기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서울시 측은 밝혔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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