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남자의 비만]칼로리를 알아야 '똥배'가 빠진다

  • 입력 2000년 10월 2일 11시 28분


《병적인 비만이 아니라면 생활습관을 점검해 그 원인을 없앨 수 있다. 매일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면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도 비만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남성, 특히 직장인들의 식생활과 영양 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스트레스, 음주, 외식 등으로 인한 소화불량과 영양불균형, 비만이다.

그중에서도 비만은 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병 등을 직·간접적으로 야기하는 주요인이 된다. 바람직한 식생활과 영양 개선, 올바른 다이어트를 통해 비만의 ‘근원적 해결’을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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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은 스트레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불안 긴장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가 나타날 위험이 높아지며, 술과 담배를 많이 하게 되고 과식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선 많이 먹는 습성을 보이고, 억압된 상태에서는 잘 먹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먹는 것은 긴장을 풀어주는 정신안정 작용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먹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도 문제지만, 스트레스 자체도 부신피질 호르몬 등의 내분비계 반응과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된다.

◇‘술살’부터 빼자

또한 음식물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에너지화 되지 못한 당분이 인슐린 등의 호르몬에 의해 글리코겐으로 미처 합성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고농도로 녹아 있으면 고혈당이 돼 당뇨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영양분은 단백질과 비타민C, 칼슘 등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단백질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단백질 식품을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의 영양가는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달라지는데 쇠고기 등의 육류, 우유, 달걀, 콩 등은 필수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가진 식품이다.

비타민C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작업중이나 작업 후의 피로회복과 피로방지에 효과적이다. 비타민C가 부족하면 작업능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쉽게 피로해진다. 비타민C의 가장 좋은 공급원은 채소와 과일이다. 비타민C 함량이 특히 높은 채소는 풋고추, 시금치, 무청, 피망, 토마토 등이며 과일로는 딸기, 귤, 오렌지 등을 들 수 있다.

칼슘은 뼈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고 뇌세포의 흥분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칼슘이 모자라면 흥분상태에 빠지기 쉽고, 반대로 뇌세포 안에 칼슘량이 충분하게 유지되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대표적인 칼슘 식품으로는 뱅어포, 멸치, 미꾸라지와 같이 뼈째 먹는 생선과 치즈, 우유 등이 있다. 인스턴트 식품에 많은 인(P)은 몸 안에 들어가면 칼슘의 배설을 촉진하고 비타민C 결핍을 초래하므로 인스턴트 식품은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얼마전 프랑스 ‘파리마치’지에 영국의 사라 퍼거슨 전 왕자비 등 유명인들의 다이어트 성공담이 실렸다. 그중에서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 파르디유의 케이스가 특히 흥미로웠다. 그는 1년 동안 체중을 무려 25kg이나 감량했다는데, 특별한 다이어트로 살을 뺀 게 아니라 술을 완전히 끊은 덕분이라고 했다.

‘술살’이라는 말도 있지만, 술의 열량은 지방 못지 않게 높다. 체중조절에 신경을 써서 기름기 많은 음식을 조심하는 사람도 술의 칼로리에 대해선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 1g의 열량은 7kcal이다. 1g의 열량이 4kcal인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두 배에 가깝고, 1g당 9kcal인 지방과 비슷한 수치다.

맥주 한 잔, 혹은 포도주 한 잔 반을 마시면 버터를 두 숟가락 떠먹는 것과 같은 100kcal의 열량을 섭취하는 셈이 된다.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 한 잔의 열량은 무려 200kcal에 이른다. 두 잔을 마시면 밥 한 공기 반을 먹는 것과 같은 열량이다.

또한 알코올은 신진대사에도 나쁜 영향을 줘 우리 몸의 지방소모 효율을 떨어뜨린다. 하루에 섭취하는 알코올 양이 30∼60g을 넘을 경우(소주 4잔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양이 60g) 간의 지방분해 작용이 억제된다. 태워 없어지지 않은 열량은 고스란히 지방으로 축적되므로 알코올 흡수는 전체 칼로리 흡수량에도 영향을 끼친다.

술살의 원인은 안주에도 있다. 대부분의 술안주는 삼겹살 오징어 치즈 감자 튀김 파전 땅콩 등과 같이 고칼로리 식품이다. 그러므로 안주로는 가능한 한 오이, 당근 등 신선한 채소를 곁들이는 게 좋다. 배고픈 상태에서 술자리에 가게 되면 과음, 과식하게 되므로 미리 적당히 음식을 먹고 가는 것도 요령이다.

◇선택하기 힘들면 비빔밥을

직장인들은 대부분 하루 한끼 이상 외식을 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외식 음식은 ‘고지방 고열량’ 식품으로 남성 비만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식당에서 음식을 고를 때는 외식 메뉴의 칼로리를 잘 알고 하루 섭취열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음식을 선택해 과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 저것 따져보기 번거로울 때는 가급적 비빔밥이나 쌈밥처럼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하루하루의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영양소는 40여 종에 달한다. 이들 영양소의 역할은 매우 다양하며, 영양소 상호간에는 유기적인 관계가 있다.

이들 가운데 어느 영양소가 과다하거나 부족하면 영양 균형이 깨진다. 영양 균형이 제대로 잡힌 식사를 하려면 다양하게 식품을 선택해 부족한 영양소가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살이 찐다는 것은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섭취하는 칼로리가 더 많아 남는 칼로리가 몸 속에 지방으로 쌓이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살을 빼려면 소비 칼로리를 늘리거나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게 상식이다.

자동차에 연료를 넣어야 달릴 수 있듯 우리 몸도 음식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움직일 수 있다. 칼로리란 음식물이 몸에 들어가 소화되고 혈액으로 흡수된 후 발생하는 에너지의 단위를 말한다. 에너지는 음식물 섭취가 중단되는 사태에 대비해 우리의 체조직에도 일정량 저장돼 있다. 1kg의 체지방에는 7700kcal의 에너지가 저장돼 있다.

하루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양보다 적게 식사를 하면 모자라는 만큼의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몸 속에 축적된 피하지방이 활동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에 살이 빠지는 것이다.

섭취한 음식이 몸에서 소비되는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평소 몸을 움직이는 데 쓰이는 활동에너지이고, 다른 하나는 숨을 쉬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고, 체온을 유지하는 등의 정상적인 신체기능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기초에너지이다. 에너지는 활동할 때 많은 양이 소모되고 기초 대사에는 조금밖에 쓰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량에서 기초대사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60∼75%나 된다.

◇하루 300kcal 덜 먹기

다이어트를 하려면 우선 자신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량을 알아야 한다. 한국 영양학회에서 제시한 한국인 성인 남자(나이 30∼49세, 키 170cm, 몸무게 67kg)의 일일 에너지 권장량은 2500kcal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무조건 굶을 경우 인체는 이로 인한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조금만 먹어도 많은 에너지를 비축, 살을 더 찌게 만드는데, 이것이 이른바 ‘요요현상’이다. 기초대사량과 요요현상을 고려하면 하루에 300∼500kcal씩의 열량을 덜 섭취하는 게 이상적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도 이 정도가 배고픔을 느끼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꾸준히 덜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하루에 500kcal씩 줄인다면 일주일에 3500kcal을 덜 먹게 되므로 약 0.5kg의 감량효과를 볼 수 있다. 하루 300kcal을 줄인다면 한 달에 약 9000kcal를 덜 먹는 셈이다. 체중을 1kg 줄이려면 약 7700kcal를 적게 먹어야 하므로 한 달에 9000kcal를 덜 먹으면 몸무게를 1.2kg 정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계산된 수치처럼 정확하게 몸무게가 줄지는 않겠지만 열량과 식사 내용을 잘 지켜 꾸준히 실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어야 하루 300kcal씩 줄일 수 있을까. 아침을 굶거나 해서 300kcal를 한 끼에 다 빼버리겠다고 덤비면 안 된다. 한 끼를 지나치게 적게 먹거나 아예 안 먹어 공복기간을 두면 굶주렸던 위장관 세포가 다음 식사 때 몸 안에 들어온 음식물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흡수율이 높아진다.

결국 배고픔은 더해지고 살도 더 찌기 쉽다. 그러므로 아침에 100kcal, 점심에 100kcal, 저녁에 100kcal씩 적당하게 줄이면 덜 먹었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

위의 표에서 제시한 성인 식단에서 한끼에 100kcal씩 적게 먹으려면 어느 것을 줄이는 게 좋을까? 우유를 안 마시면 125kcal를 간단히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단백질이나 칼슘 식품은 줄이지 말고 밥이나 빵 같은 당질 식품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당질 식품은 지방이 들어 있진 않지만, 지방 저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빵을 한 조각만 덜 먹고 밥을 세 숟가락(3분의 1 공기)만 덜면 100kcal씩 덜 먹을 수 있다. 이처럼 매일 먹는 식단을 체크해 효과적으로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면서 살을 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흰살 생선을 구워 먹자

비슷한 음식이라도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칼로리 차이가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똑같은 밥을 먹어도 콩나물밥을 먹으면 한 그릇을 보기 좋게 비워도 370kcal밖에 안된다. 나물밥이나 비빔밥은 560kcal이다. 그런데 카레라이스는 790kcal나 된다. 오므라이스는 690kcal이다.

국 가운데서도 미역국이나 무맑은장국, 아욱국, 된장국, 시금치 된장국은 100kcal 미만이다. 하지만 갈비탕이나 도가니탕 같은 탕류의 칼로리는 200∼450kcal에 이른다.

같은 면류라 해도 잔치국수는 420kcal, 수제비는 390kcal밖에 안 되지만, 라면은 550kcal, 짬뽕이나 자장면은 600∼700kcal 정도이고 스파게티도 칼로리가 높다.

조리하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생선을 그냥 석쇠에 구울 때는 1인분이 100kcal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념구이를 하면 칼로리가 두 배 정도 올라간다.

같은 생선이라도 흰살 생선보다는 붉은살 생선의 지방 함량이 높다. 칼로리도 붉은살 생선이 높다. 그러므로 흰살 생선을 양념하지 않고 구워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좋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우선 아침부터 굶는다. 앞서 설명했듯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식사 횟수가 줄어들면 섭취 칼로리는 감소하지만, 식사와 식사 사이에 간격이 길어지면 우리 몸은 다음 식사를 했을 때 칼로리를 더 많이 비축하려는 방어책을 세우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입맛이 없거나 출근시간에 쫓겨 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침에는 국밥이나 죽, 우유 등 간단하게라도 꼭 챙겨먹는 것을 습관화 해야 한다.

◇‘밤참증후군’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밤참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밤참증후군이란 바쁜 스케줄 때문에 아침이나 점심을 규칙적으로 먹지 못하는 대신 저녁에 폭식을 하는 생활 리듬을 말한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낮에 먹는 것보다 밤에 먹는 것이 더 살이 찌기 쉽다. 사람의 몸 속에는 자율신경이 있는데, 이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은 몸을 움직일 때 필요한 에너지가 잘 공급되도록 해주고, 부교감 신경은 몸의 피로를 풀어 낮에 사용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음에 쓸 에너지를 비축하는 작용을 한다. 낮 동안에는 교감 신경이 작용해 에너지 소비가 촉진되고,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져 교감신경의 작용을 억제하면서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경향이 더 커진다.

따라서 같은 음식을 같은 양 먹더라도 낮보다 밤에 먹을 때 몸 안에 더 많은 지방이 비축된다. 그러므로 잠자기 세 시간 전부터는 될 수 있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살찐 사람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밥을 매우 빨리 먹는다는 것이다. 빨리 먹으면 과식할 가능성이 높아 살이 찌기 쉽다.

대뇌 밑에 있는 시상하부에는 배부름을 느끼는 포만중추와 배고픔을 느끼는 섭식중추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포만중추가 음식을 먹었다는 신호를 받아 섭식중추를 억제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30분 정도 지나야 포도당으로 바뀐다. 혈액의 포도당 농도, 즉 혈당치가 높아지면 뇌가 비로소 포만감을 느낀다. 그런데 빨리 먹으면 위는 가득 차지만 혈당치는 높아지지 않아 뇌에서 ‘배부르다’는 신호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과식을 하게 된다.

반대로 천천히 먹으면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므로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 밥을 먹는데 전화가 와 한참 이야기하고 다시 식탁에 온다든지, 누가 찾아와 잠시 일을 보다 다시 식탁에 앉으면 입맛이 없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식사를 천천히 하는 요령은 많이 씹는 것이다. 20번 이상 씹고 대화를 나누며 먹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병적이거나 비정상적인 비만의 경우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개는 평소 생활에서 비만에 이르게 한 원인이나 습관을 점검하고 매일 음식의 칼로리를 체크하는 것을 습관화하면 정신적 압박 없이도 자연스레 감량할 수 있다.

한영실(숙명여대 교수·식품영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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