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한국에 패하자 울어버린 일본

  • 입력 2000년 9월 28일 16시 29분


"나카무라가 울었다. 스즈키도. 마쓰자카는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야구의 3위 결정전은 에이스 마쓰자카의 힘이 달려 한국에 1대 3으로 패했다. 처음으로 아마와 프로의 혼성팀으로 출전한 올림픽이었지만 84년 LA 올림픽 이후 내리 다섯 번의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프로 정규 시합 도중 전혀 다른 무대에 선 프로선수들. 이기지 못한 분함이 가슴을 찌른다…"

시드니 올림픽 야구 3,4위 결정전에서 한국에 패해 메달을 놓친 일본 야구팀의 패배를 전하는 28일자 한 일본신문의 1면 기사 내용이다. 다른 신문도 비슷한 기사와 함께 눈물을 글썽이는 선수들 사진을 크게 실었다.

야구에 진 것을 일본이 이처럼 애석해 하는 것은 처음으로 구성한 아마 프로 혼성팀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 내심 금메달까지 노렸다.

믿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松坂大輔·20)투수가 한국전에서 두 차례나 완패한 것도 일본 야구팬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20살의 프로 초년병이지만 최고 인기를 누려온 그였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한테 진 것도 패배를 이토록 아쉬워하는 한 요인이다.

일본 신문들은 "한국인들은 미국이나 쿠바에 이긴 것보다 일본에 이긴 것을 더 기뻐할 것이다"는 김응룡(金應龍)감독의 말을 전했다. 일본도 한국 만큼은 꺾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을 법하다.

일본의 아마야구협회가 "대표팀에 프로선수를 참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근거도 한국의 예였다. 한국처럼 거국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호소해서 만든 팀이 이번 대표팀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시도는 실패했다. 다음 올림픽에서 일본이 어떤 식으로 야구대표팀을 구성해 설욕에 나설 지 관심거리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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