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식량지원의 조건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48분


어제부터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남북장관급회담은 6·15공동선언 이후 추진되어 온 남북한간의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중간점검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번 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구체화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대북식량지원문제다. 이 문제는 북한이 사실상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현안인데다 식량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우리 사회의 반응이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인도주의 차원의 식량지원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지원의 내용이나 규모, 조건이나 절차 등에 대해서는 분명히 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올해 북한의 작황은 어떻고 부족분은 얼마이며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에서 지원하려는 양은 어떻다, 그래서 우리도 이만큼 지원해 주려 한다는 식의 합리적인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다. 북한측이 100만t의 식량지원을 요청했지만 우리 경제 사정 때문에 50만∼60만t만 지원해 주기로 했다는 식의 막연한 설명으로는 국민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본란이 거듭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치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에서 대북식량지원자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국회는 거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게 하면 대북식량지원의 타당성을 오히려 훼손시킬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사정과 주변여건 등에 대한 여론의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있고 그에 따라 지원규모나 절차 등이 결정되어야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

이 기회에 북한당국이 분배과정을 투명하게 하겠다고 보장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지원하는 식량이 북한 전역에 골고루 분배되어 정말 굶주린 동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능하다면 북한측과 그같은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한 협의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량지원문제는 북한측이 서둔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만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식량지원의 선행과정들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3차 장관급회담에서는 대북식량지원문제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논의에서 우리측 주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이산가족문제나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 등 모든 현안들이 심도있고 균형있게 처리되길 바란다. 그래야 북한의 주장대로 따라만 간다는 얘기를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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