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가 뜨고 질 때도 순서가 있다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40분


‘다음에 매 맞을 차례는 누구?’

미국 증시에서는 작년 하반기 이후 분기실적이 집중 발표되면서 맞아 정보통신 업종들이 실적에 대한 우려로 인해 차례차례로 폭락을 겪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보통신업종의 주가변동은 국내 동종업계 주가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에서는 작년 3·4분기 이후엔 전통가치주들이 지속되는 금리인상 탓에 성장성을 의심받으면서 주가 상승대열에서 일찌감치 밀려났다. 올 1·4분기부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닷컴주들이 고점을 찍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야후, 아마존 등 인터넷공룡들은 1월에 한번 무릎이 꺾인 뒤 4월에는 반토막이 났다.

뒤이어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업종이 된서리를 맞았다. 마침내 최근에는 신경제의 마지막 보루였던 반도체주까지 망가진 것. 연초에는 주가 자체에 거품이 있다는 우려로 기반이 취약한 인터넷주부터 조정에 들어간 뒤 6월부터는 향후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나름대로 탄탄한 기반을 가진 업종들도 타격을 입는 양상이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아직 살아남은 것은 시스코시스템즈를 필두로 한 네트워크장비업체 정도.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굴뚝주들도 후보로 올려놓기도 한다. 굴뚝주는 작년 하반기에 성장주에 비해 상승폭이 적었다 뿐이지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반도체주 조정으로 실적 악화 우려에 따른 연쇄적인 주가폭락은 일단락됐다고 본다. 대표적인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는 이미 4,5월에 한차례 큰 조정을 겪은 뒤 반등한 케이스로 간주된다. 굴뚝주의 경우는 여전히 주가수익배율(PER)이 성장주들의 절반밖에 안 되기 때문에 추가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

삼성증권 전상필 선임연구원은 “하반기 이후의 경기둔화는 올들어, 특히 6월이후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됐다”면서 “미국 경제가 경착륙 조짐이 보이지 않는 한 추가적인 연쇄하락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의 관심사는 오히려 ‘어느 업종이 가장 먼저 상승세로 돌아설까’이다.

전 연구원은 “수익기반이 확실한 반도체주가 증시 상승반전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아직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금융 에너지 제약 등 경기방어주의 성격을 가진 구 경제 업종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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