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노린 직구" 이승엽 통쾌한 2루타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32분


8회말 0―0 1사 2, 3루.

타자는 앞선 세 타석까지 모조리 마쓰자카에게 삼진을 당한 3번 이승엽. 볼카운트는 2―3.

1루가 비어 있어 무리하게 승부를 할 필요가 없었고 앞선 3타석에서 이승엽은 모두 몸쪽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당했기 때문에 당연히 몸쪽 볼성 변화구가 예상됐다.

하지만 마쓰자카는 정직하게 몸쪽 직구로 승부했고 때마침 직구를 기다리던 이승엽은 좌중간을 꿰뚫는 통쾌한 2루타를 터뜨렸다. 스코어는 2―0. 이어 김동주는 1타점짜리 오른쪽 적시타로 뒤를 받쳐 3―0으로 승부를 갈랐다.

▼관련기사▼
한일전 경기상보
김응룡감독 "일본 연파 더 기쁘다"
'일본킬러' 구대성-김동주

예선리그에서 이승엽에게 직구를 던지다 2점홈런을 얻어맞은 마쓰자카는 왜 또다시 직구로 승부했을까. 이에 대해 마쓰자카는 기자회견에서 “풀카운트에서 어떤 공을 던질까 혼란스러웠다. 포수의 사인대로 직구를 던졌는데 이게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며 자신의 의도대로 던진 공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마쓰자카의 유일한 실투 1개가 한국에 동메달을 안긴 셈이 됐다.

9회 일본의 마지막 반격을 1실점으로 막아낸 한국 선수들은 모두 마운드 위로 몰려가 서로를 얼싸안았다. 92년 바르셀로나 예선 탈락, 96애틀랜타 최하위 등 올림픽에서 참담한 성적을 보였던 한국 야구가 따낸 사상 첫 동메달.

92, 96올림픽에서 동메달과 은메달을 연속으로 따냈으나 이번 대회에서 4위에 그쳐 메달획득에 실패한 일본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벤치를 떠났고 몇몇 선수들은 눈물까지 흘렸다. 한국 선발로 나선 구대성은 절묘한 좌우 코너워크를 바탕으로 9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으로 완투승을 따내 동메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