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홈런 한방에 날아간 '드림'

  • 입력 2000년 9월 27일 01시 31분


“딱!”

방망이 중심에 제대로 맞힌 타구음이 들렸다. 오른쪽으로 쭉쭉 뻗어간 공은 우측 담장을 훌쩍 넘었고 그라운드를 넘어간 공과 함께 한국야구 ‘드림팀Ⅲ’의 올림픽 금메달 꿈은 날아가 버렸다.

2―2에서 터진 9회말 1점짜리 끝내기 홈런. 현지시간으로 26일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5시간 가까이 펼쳐진 대접전에 종지부를 찍은 미국의 덕 미엔키비츠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고 마운드에 선 한국투수 박석진은 고개를 떨궜다.

3루측 더그아웃에 있던 미국대표팀의 라소다감독은 박수를 치며 뛰어나왔지만 1루측의 김응룡감독은 허탈한 표정으로 패배를 곱씹었다.

미엔키비츠는 예선리그 한국전에서 0―0 동점인 8회 결승 만루홈런을 터뜨렸던 바로 그 타자. 한국에 두 번씩이나 쓰디쓴 패배를 안겨준 주인공이 됐다. 시드니 올림픽파크 야구장에서 펼쳐진 한국과 미국의 준결승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 예선리그와 마찬가지로 뒷심이었다.

한국은 3회 먼저 2점을 내며 승리를 안을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잡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는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은 0―2로 뒤진 4회 2개의 2루타로 1점을 얻고 7회 1사 1, 3루에서 8번 젠슨의 희생플라이로 끝내 동점에 성공,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결정적인 한방으로 경기를 끝냈다.

가랑비가 흩뿌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진행된 이 경기는 중반 폭우로 1시간53분이나 중단됐었다.

이로써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은 아마야구 최강 쿠바와 프로야구 최강 미국이 다투게 됐으며 결승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27일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일본은 에이스인 마쓰자카를 다시 한국전에 등판시킬 예정이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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