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세이프웨이]김미현, 11개월 무관 마침표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언니, 먼저 홀아웃할까.”

“그래.”

어색하고 낯선 영어는 필요 없었다. 국내 어느 골프장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미국LPGA투어 세이프웨이 챔피언십(총상금 80만달러) 3라운드가 열린 25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에지워터CC(파72·6307야드).

1m50이 조금 넘는 키의 한국 낭자 두 명이 정상을 향한 ‘우정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을 벌였다.

‘슈퍼땅콩’ 김미현(23·ⓝ016·한별)과 ‘울트라 땅콩’ 장정(20·지누스). 낯선 이역만리에서 서로 의지하며 친자매 이상으로 가깝게 지냈다. 선배 김미현은 올해 미국 무대에 데뷔한 후배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중고 밴을 빌려 타고 미국 전역을 도는 힘든 나날을 보낸 것도 닮은 꼴.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는 있을 수 없는 법. ‘형 만한 아우는 없다’는 듯 언니 김미현의 승리. 동생 장정은 악수와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함께 했다.

이날 김미현은 버디 5개와 더블 보기 1개, 트리플 보기 1개의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이븐파를 쳐 최종 합계 1언더파 215타로 장정과 동타를 이뤘다. 플레이오프 첫 번째 홀인 18번홀에서 이들은 나란히 파를 잡으며 역시 무승부. 16번홀(파3)에서 열린 두 번째 연장. 김미현은 10m거리에서 2퍼트로 파를 세이브한 반면 장정은 1.2m짜리 파퍼팅을 놓쳐 희비가 엇갈렸다.

이로써 김미현은 시즌 24개 대회만에 첫 승을 올리며 지난해 10월 벳시킹클래식 우승 이후 11개월의 무관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통산 3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2만달러. 시즌 상금 68만7371달러를 기록한 김미현은 상금 랭킹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랐다.

미국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끼리 플레이오프를 치른 것은 사상 처음. 이들은 국내에서도 연장 대결을 펼친 적이 없으며 97년 제11회 한국여자오픈에서 당시 아마추어 장정은 김미현을 2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생애 첫 승을 노린 장정은 1년 먼저 미국 투어에 뛰어든 김미현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뒷심에 아쉽게 그 꿈을 접고 올 최고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박세리(23)는 합계 1오버파 217타로 공동 5위에 랭크,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계 쌍둥이 골퍼 송아리는 합계 4오버파 220타로 공동 13위.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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