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창]기량만큼 인터뷰 매너 배웠으면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00분


“기쁩니다.”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류의 인터뷰 내용은 십수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 한국 선수들의 ‘고정 레퍼토리’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선수들의 멘트를 듣고 있노라면 안 듣느니만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성의 없는 답변내용은 몇 시간씩 기다린 국내외기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기 일쑤다.

한국 선수들은 장도에 오르기 전 태릉선수촌에서 예절교육까지 받았다. 4년 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일부 선수가 메달을 따고도 시상대에서 보인 무례함이 외신에 크게 보도돼 망신을 샀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선 그런 장면은 적었다. 여자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딴 강초현은 시상대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연신 손을 흔들어 관중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의 ‘언론 상대 요령’은 아직도 배워야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회기간 중 인터뷰 금지조치까지 취했던 양궁의 경우 한 선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쩔쩔 맸고 어떤 선수는 기자회견장에서 외신기자의 물음에 ‘동문서답’을 해 질문한 기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또 모 선수는 시종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23일 일본을 이긴 야구의 경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의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을 반복했다.

이는 북한선수도 마찬가지. 특히 여자역도선수 이성희는 경기가 끝나면 당연히 하게 돼 있는 공식 기자회견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외국선수는 때론 진지하고 때론 농담도 하며 자유롭게 인터뷰를 한다. 당당하게 느낌과 속마음 등을 얘기한다. 그 모습이 부러워보였다. 이제는 한국선수들도 ‘운동기계’가 아니라 세련된 매너를 갖춘 ‘신사숙녀’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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