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육상]오티 0.01초차 4위…"내년에도 뛰겠다"

입력 2000-09-23 22:58수정 2009-09-22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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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도전은 무죄.’

23일 육상 여자 100m 결선 경기가 열린 시드니 올림픽스타디움. 불혹의 나이를 극복하고 어린 후배들과 함께 트랙에 올라선 멀린 오티(40·자메이카)의 얼굴에서는 웃음기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80년 모스크바올림픽이후 올림픽 출전만 6번째. 인생의 절반인 20년을 올림픽과 함께 한 셈이다. 하지만 출중한 기량과 화려한 패션으로 육상계 최고의 뉴스 메이커로 각광받았던 백전노장 오티도 이날만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티가 국내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여론을 등에 업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한 것은 오직 ‘명예’때문. 96년 애틀랜타올림픽까지 5번의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5개를 따내며 ‘동메달 수집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들어야 했던 오티는 시드니올림픽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한판 도박’을 벌였던 것.

준결승까지는 순조로웠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매리언 존스(미국)의 기록에는 뒤졌지만 자신의 최고기록에 근접하는 기록을 연거푸 내면서 마음은 오히려 차분히 가라앉았다.

드디어 결승. 오티는 출발음과 함께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무의식적으로 몸을 날렸다. 얼마를 달렸을까. 존스가 선두로 치고 나갔고 그 사이 에카테리나 타누(그리스)와 타냐 로렌스(자메이카)까지 자신과 어깨를 견주었다. 이들과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한 오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미 결과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된 상황. 잠시 후 사진판독을 통해 자신이 0.01초차로 동메달도 아닌 4위로 골인한 것으로 판명되자 오티는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그러나 잠시 후 기자들을 만난 오티의 발언은 의외였다.

“자메이카인들을 포함해 누구도 내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어야 했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한 오티는 “올림픽출전은 이번으로 끝이지만 달리기를 그만두지는 않겠다. 내년에 최소한 두 번은 더 뛸 것”이라며 자신의 도전을 접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티는 30일 400m계주에서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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